종교의 목적은 마음의 안정이다.
불교는 종교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지만 다른 종교와는 이질적으로 보인다. 신을 믿지 않는 종교라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 도교, 유교 역시 종교다. 종교가 아닌 사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아 준다는 점과 신 비슷한 것을 나름 섬겨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로 볼 수 있다.
종교인은 특별한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교리와 미덕이 유사한 것은 우연에 불과한 것일 뿐 종교가 반드시 옳은 일을 권장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부두교는 원한이 있는 사람에 저주를 내리고, 힌두교는 카스트제도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개차반 그 자체이다. 북유럽신화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선량한 일반 사람들보다 비도덕적이다. 그런 신화들은 지금은 동화같은 옛날 이야기이고,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신화에 불과하지만 한때는 많은 신자를 거느린 종교였다. 도대체 그런 철부지 신을 믿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나오는데, 그것은 마음의 안정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은 아테나 여신이고 스파르타는 아레스, 테베는 아프로디테가 수호신이다. 또한 헤르메스는 여행자의 수호신, 헤스티아는 가정의 수호신이다. 도시민들은 자기의 도시를 지켜주는 신이 있다고 믿음으로써, 여행자는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신이 있다는 것을 믿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북유럽 전사들은 전사하면 발할에서 오딘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믿음으로서 전장에서 더욱 용맹스럽게 싸울 수 있었다.
구약에 등장하는, 제법 피맛을 즐길줄 알았던, 야훼는 당시 잘 나가던 경쟁 신 바알에 대한 비뚤어진 열등감에 가득찬 아랍 지역 비주류 토속 신이었다. 그런 신 단지 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수환 추기경이나 이태석 신부 보다 훌륭한 덕성을 가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섬긴다. 목적은 단 한가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다. 범야훼교 경전은 처음 믿기가 어렵지, 일단 믿기만 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그보다 쉬운 책은 없다. 마음의 평화를 쉽게 줄 수 있음은 종교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
대학 신입생때 혼자 다니던 나에게 기독교 동아리 사람들의 접근이 자주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말이 하나 있다. 93학번 형님이었는데,
"하느님이 왜 인간을 만드셨을것 같나?"
유딩 때 부터 염세적이었던 나는 항상 궁금했다. 왜 만들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초 후에는 오랜 궁금함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는 기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성경을 펴고는 한 구절을 찾아서 제시했다.
"인간을 풍성하게 살게 하기 위해 인간을 만들었다."
그건 인간을 어떻게 살게 하려고 만들었느냐에 대한 대답이었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해 주고 나니까 그 형님은 말문이 막혔다. 그 사람도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를 모르는 상태로 믿은 것이었다.
나는 인간이 신을 만든 이유 이외에, 신이 왜 인간을 만들었는지도 알고 있다. 왜 자유의지까지 줬는지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전에 써 놓았다.
핵심만 말하면 "심심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