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언제쯤인가 아마 목요일 쯤이었을것 같다.

아침 수업이 없어서 모처럼 늦게 집을 나설수 있었다.

10시쯤 거여역에서 전철을 탔을 때 맞은편 범상치 않아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앉아 계셨다.

오금역쯤 되자 그분은 의자에서 내려와 앉은 자세로 이동하면서 찬송가를 라이브로 부르며 구걸을 시작했다. 노래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비통한 목소리였다.

상당히 시끄러웠지만내가 앉은 칸에서는 그다지 실적이 좋지 못했다.

경영학에서의 마케팅믹스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구걸도 결국은 선행을 판매하는 일이고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마케팅 수단이 있다.

찬송가 라이브는부르는 사람 입장에서는몸이 힘들고 보는 사람은 짜증나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그리 좋은 방법은아니었다. 그 노래를 듣고감동하거나 측은한 마음이 생겨 지갑을 여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기왕에 옷을 더럽히기로 작정 했다면 앉아서 움직이는것 보다는 엎드려서 움직이는게 돈을 받는데 유리하다. 어떤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구걸하는것을 봤는데아무도 그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엎드려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은돈을 잘 번다. 다리가 불편하다는건 똑같은데도 움직이는 방법에 따라서 사람들의 감정에 소구하는 효과가많이 다르다. 어찌보면 불쌍해 보이는것은 그들에게는 수요 창출 그이상의 의미를 가진 '생산' 활동이다.

엎드려서 다니는 분은, 휠체어를 타고 구걸하는 분에 대해서 '당신은 별로 불쌍해 보이지 않아요. 당신에 대한 나의 동정심은 100원도 안되는것 같아요.' 라는 감정을 느끼는사람에게서도 돈을 받는데 성공하곤 한다.

그건 엎드려서 돌아다니는 행위로 인해 불쌍해보이는데 성공하여 백원짜리 동정심과선행에 대한 만족감을생산한 것이다.

물론 엎드려서 돌아다니는게 휠체어보다는 힘이 들고 위생상의 문제도 있어 노동의 양과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가 딱한 처지에 있는 이유인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더 많은 동정과 돈을 얻을 수 있다는건 생각해 볼만하다.

직접노래를부를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그 힘으로 바닥에서 기는게 수입에 도움이 되었을 거다.

백원짜리, 천원짜리 하찮은 동정심을 파는 것이지만 그것도 엄연히 생계 수단이고 하루이틀 하고 그만두는 일이 아닌 만큼 프로의식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획기적이고 감동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너무 안일한 방법으로구걸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성 마케팅에서 빠지기 쉬운 실수는 그것이 상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자신의 감정에취해 자기 중심적인푸념을 하기 쉽다는 점이다.

자신과 상대가 어느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게 확실하다면 그런것도 효과가 있을지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역효과가 나기 쉽다. 상대는 귀찮고, 거슬리고 시끄러운 넉두리정도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상대방을 움직여 얻고자 하는것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을 이용하는것이 상대의 감정에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가에 대해서 철저하게 예측,계산된 행동이 필요하다.


----------------2007년 6월 23일 추가------------------------------------------------------------------

편지라는게 하고 싶은 말 다 쓰다보면, 난 눈 대중으로 5장 정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A4 10장 정도는 금방 매꿔지더군. 갑자기 정확한 분량이 궁금해서 워드에서 붙여넣기를 했을 뿐, 혹시라도 마음 불편해질까봐 내용은 차마 읽지 못했다. 글을 쓴 나도 다시 읽기에는 힘든 글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된다. 그런건 구걸도 아니고 강매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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