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반대하는 주장 중 가장 큰 목소리를 차지하는 부분은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것이다.
세계화가 완성되면 일등 국가 국민이라는 지위는 그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허락된다. 다시 말해 미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과거처럼 윤택한 삶을 보장받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주로 선진국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세계화는 수많은 개도국 국민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도국 국민이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능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진다. 선진국 국민도 능력이 없으면 개도국 빈민과 다를 것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수의 뛰어난 사람에게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대다수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시련을 준다. 다수의 사람이 원하지는 않으나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의 흐름인 만큼 그 안에서 품위를 지키며 살아 남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본다.

세계화는 정보와 상품,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발히 일어난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분야는 세계화의 물결을 피할 수 있다.
완전한 세계화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생산하여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에 파는 것이다. 즉 한국의 임금이 너무 높다면 다른 나라 노동자를 고용하고, 한국 지가가 너무 비싸면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사옥과 공장을 이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완전한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면 환율 문제는 국제 수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상품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생산비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물건의 가격은 원재료 가격, 임금, 운영비 등으로 구성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의 국내 가격은 오른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세계화가 이루이지지 않았고, 임금은 화폐환상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고정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1달러에 900원 이었다가 1200원이 되었고 그동안 명목임금은 200만원에서 220만원이 되면 임금의 실질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체감 임금 "10% 인상"이다. 운영비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철저하게 국지화 되어 있어 국내 환율의 적용을 받는다. 이런 면에서 환율의 변동은 생산요소 중 노동과 토지 가격의 변동을 의미할 뿐이다.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 효과는 자국 노동자의 임금과 부동산 임대료의 할인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다. 다만 환율에 크게 휘둘리는 영역일수록 세계화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이라는 점은 역설적이다.



세계화의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제 거래가 곤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탁기는 LG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여 국내로 수입한다. 세탁기의 조립은 중국 노동자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한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사용 하다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의뢰하면 LG서비스 센터의 직원이 출장을 나와서 수리를 한다. 생산과 수리는 고장 진단 측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부품의 탈착과 조립이라는 과정에서 유사점도 있다.
똑같이 부품 하나를 장착하고 나사를 한번 돌리고 납땜을 한번 하는 일이라도 중국 공장에서 일어나는 노동과 한국의 서비스 공장에서 행하는 노동의 부가가치는 다르다. 애플이나 HP 등 외산 하드웨어 업체들의 완고한 리퍼비시 수리 정책은 현지 AS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가가치의 국제적 이동이 어려운 영역이란 사람과 물건의 물리적 이동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부분이다.
인도의 인포시스와 같이 국제적 콜센터를 아웃소싱 한다든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부가가치의 이동이 원활한 영역이라 세계화에 가장 적합한 업종이다. 이런 업종에 뛰어들려면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끊임 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세계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서비스 받는 사람의 물리적 이동을 요하는 업종, 대상을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업, 대면 서비스업, (의외로)관광업, 생필품 소매업 등에서 찾아 보는게 그나마 승산이 있을 것이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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