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거부 당한 은총
1) 마루키 선생
마루키는 로열판에서 추가된 캐릭터다. 카모시다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을 슈진고 학생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서 5월경에 고용된 임시직 상담교사다. 워낙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침투해서 카스미와는 달리, 추가된 캐릭터라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마루키 선생은 천성이 선량한 사람이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 어린 상담을 해서 인기가 높다.
그는 자신의 '인지가학' 연구에 진심이었는데, 와타나베와 유독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카모시다 사건의 관련자로 분류되어 의무 상담을 받게 된 와타나베가 팰리스와 이세계를 겪으며 얻은 통찰을 무심코 던질 때마다, 그것이 마루키의 연구에 엄청난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마루키는 와타나베에게 멘탈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연구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제안했고, 잦은 교류와 깊은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은 단순한 사제지간을 넘어서고 코옵 랭크 10을 달성하게 된다. 참고로 이성 동료와는 코옵 랭크 9부터 연인관계로 발전이 가능하다.
사실 마루키는 과거 자신의 연인 루미가 가족을 묻지마 범죄로 잃고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무의식적으로 각성한 페르소나의 힘으로 그녀의 기억을 지워 고통에서 해방시킨 적이 있었다. 이후 그는 인지가학을 연구하며 모든 인간을 정신적 고통에서 구원하겠다는 선의에 사로잡힌다.
얄다바오트가 쓰러지며 통제의 신 자리가 공석이 되자, 대중의 구원받고자 하는 열망은 괴도단을 향하게 된다. 괴도단은 마루키의 상담을 받으면서 마루키가 말한 대로 세상이 변하면 좋겠다 바람을 품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소망은 괴도단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마루키의 이상향을 열망하는 매개체가 되었고, 이로 인해 대중의 인지를 다루는 권능이 자기도 모르게 마루키에게 넘어가버렸다. 그리하여 마루키는 모든 사람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이 가장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진 '완벽하게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괴도단이 얄다바오트를 쓰러뜨리고 메멘토스를 지배하는 신적 권능이 마루키에게 넘어간 날은 의미심장하게도 12월 24일 성탄 전야였다.
2) 이상한 징조들
통제의 신을 물리치고난 후 새해가 밝고, 와타나베는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하지만 무언가 심각하게 뒤틀려 있었다. 르블랑에는 죽었어야 할 후타바의 엄마 와카바가 소지로와 함께 웃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 고양이 모르가나는 그토록 바라던 미소년 인간이 되어있다. 그때 경찰에 수감되어 있어야 할 아케치가 르블랑으로 찾아와서 와타나베를 데리고 나간다. 무언가가 이상하니까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카스미로부터 연락이 온다. 카스미는 괴도단 멤버는 아니지만 페르소나 능력자이고 카지노 팰리스 탈출하는 오프닝에서 와타나베를 한번 도와준 적도 있었다. 카스미가 말하길, 작년 10월 경에 공사장에서 와타나베와 함께 발견하고 들어가봤던 정체불명의 팰리스가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락을 받고 도착한 와나타베와 아케치는 카스미와 함께 그 팰리스에 들어가본다. 그 팰리스에서 만난 주인은 마루키였는데 사람들의 불행을 덜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현실을 조작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카스미의 과거를 보여준다. 여태껏 카스미로 알고 있었던 여자애는 사실은 카스미의 쌍둥이 동생인 스미레였다. 카스미는 교통사고 상황에서 스미레를 밀어내고 자신이 대신 차에 치여서 죽었다. 마루키가 슈진고에서 근무하게 되기 전에 스미레와 상담을 했었고, 스미레가 카스미의 죽음을 너무 괴로워하지 스미레 자신이 카스미인것처럼 인지를 조작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줬다고 한다. 카스미는 리듬체조의 천재였고 스미레는 적당히 잘하는 학생이었다. 1, 2학기동안 카스미(스미레)는 항상 명성에 비해 수상 실적이 모자란 모습을 보여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그게 떡밥이었던 셈이다.
스미레는 마루키에게 자기는 앞으로도 카스미로 남고 싶겠다고 말하고 마루키는 스미레를 잠재운다. 스미레는 잠에 빠진 채로 마루키의 손으로 넘어간다. 마루키는 와타나베와 아케치에게 일주일 후에 만나서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하고는 사라져버린다.
일주일동안 와타나베는 괴도단 친구들의 근황을 살펴본다. 되살아난 와카바는 후타바, 소지로와 나들이를 하고, 오쿠무라 사장도 멀쩡히 살아나 원래 쏘패같던 모습답지 않게 딸 하루와 다정하게 산책을 하고, 시호는 자살 시도의 상처 하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안과 함께 웃고 있다. 마코토와 사에의 딸바보 아버지도 살아있다. 류지는 다리를 다친 적 없이 육상부에서 활약중이다. 모두 각각 자기의 행복을 살아가고 있었다. 조커는 하루에 한사람씩 만나면서 지금 상태에 만족하느냐, 행복하냐고 물어보는데 이 질문은 이후 괴도단이 각성하는 실마리가 된다.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두 사람은 팰리스를 찾는다. 거기서 마루키가 와타나베에게 제안을 받아들이겠냐고 묻는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팰리스 공략으로 넘어간다. 스미레는 깨어나서 자신은 계속 카스미로 살고 싶으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와타나베와 전투를 벌인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하면 배드엔딩으로 넘어간다. 이것 역시 보기에 따라서는 굿엔딩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날짜가 슈진고 졸업식으로 넘어가고 괴도단은 마코토와 하루의 졸업식을 축하하고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게임은 끝난다.
한편 괴도단 멤버들은 와타나베가 행복하고 만족하냐고 물은 것이 계속 마음에 밟히다가 와타나베를 만나러 르블랑으로 오는데 모든 멤버의 마음이 같아서 결과적으로 괴도단 미팅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최근에 느낀 위화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루키가 왜곡한 환상이 깨지고 현실을 각성하게 된다. 모르가나는 와타나베가 공사장에 간다고 알고 있었고 괴도단은 마루키 팰리스에 들어와서 팰리스 공략이 시작된다.
괴도단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피처(가면)가 부서진 스미레는 마침내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카스미로서 살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를 죽게 만든 무능한 스미레'라는 현실을 직면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타나베와 괴도단은 카스미의 대역이 아닌 '상처투성이의 스미레' 그 자체를 따뜻하게 수용해 준다. 타인의 무조건적인 수용을 통해 비로소 죄책감을 직면할 용기를 얻은 스미레는, "언니 역시 내가 언니의 껍데기 속에 숨어 사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묻어두었던 진실을 인정하며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갈 것을 결의한다. 비록 연출적으로는 전투 후 개심이라는 편리한 소년만화적 공식을 따랐지만, 스미레는 마침내 자신의 페르소나를 완벽히 통제하며 진짜 괴도단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처럼 로열의 스미레는 외형적으로 훌륭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받았지만, 메인 서사와의 겉돎과 작위적인 개심 연출 때문에 서사적 매력이 반감된 아쉬운 캐릭터였다. 가령 슈진고의 최하층에서 진짜 현실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히로(슬로쓰)' 같은 인물이 들어왔다면, 마루키가 제시한 '달콤한 가짜 행복'과의 대립이 훨씬 더 극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캐릭터, 요시자와 스미레
요시자와 카스미(스미레)는 로열판의 핵심 추가 캐릭터다. 타이틀 포스터에서도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등 아틀러스가 대놓고 밀어주는 소위 '정실' 라인이고 예쁘게 잘 뽑힌 캐릭터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2학기까지는 서사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새해가 되어 3학기에 진입하기 전까지 그녀는 메인 스토리와 철저히 겉돌며, 억지로 분량을 챙기기 위해 주인공 주변을 맴도는 작위적인 연출은 때론 스토커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오쿠무라 팰리스에서 뒤늦게 합류했던 하루보다도 서사적 융합이 아쉬운 캐릭터였다. 게다가 전투에서 지고 마치 보물을 빼앗긴 빌런이라도 된 것처럼 입장이 갑자기 바뀐게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만약 화려한 엘리트 체조 선수가 아니라, 괴도단의 주제의식인 '소외받는 약자'에 훨씬 밀접한 캐릭터가 추가되었다면 어땠을까? 비록 카스미처럼 아틀러스에 돈을 벌어다 줄 수는 없겠지만 서사적인 재미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이런 캐릭터가 괴도단에 추가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망상을 해봤다.
이름은 '히로', 코드네임은 슬로쓰(나무늘보), 슈진고 3학년, 편차치 41, 키 161센치, 100미터 달리기 22초, 턱걸이 0회, 이지메 당해 본 경험 많음, 보육원 거주 중, 슈진고 졸업과 동시에 퇴소 예정, 퇴소시 정부에서 정착 지원금 나옴. 그런데 그 돈을 노리는 선배들과 양아치들이 득실득실함. 꽤 못생김. 조금씩 돈을 모아서 한 학기에 한번 정도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에 놀러감. 뒷풀이 회식때 회비는 암묵적으로 면제. 괴도단에서 와타나베, 모르가나, 류지, 유스케하고 코옵은 10인데 안, 마코토, 하루하고 코옵은 1임. 후타바하고는 그나마 3. 이 망상 속 캐릭터는 이 글의 마무리 파트에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 때 사용해보겠다.
3)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마루키 팰리스
마루키 팰리스는 마루키가 그토록 근무하고 싶었던 인지가학 연구소의 형태를 띠고 있다. 마루키는 본래 촉망받는 인지가학 연구자였다. 그의 연구는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용 연구소까지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윗선의 개입으로 계획이 철회되고 한순간에 찬밥 신세가 되었다. 바로 시도 마사요시 일파의 방해 때문이었다. 시도 세력은 인지가학의 힘을 독점해 아케치를 이용한 폐인화와 폭주 공작에 악용하고 있었기에, 마루키처럼 통제 영역 밖에 있는 독자적인 인지가학 연구가 세상에 빛을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공사장 부지는 아마도 마루키가 유치할 것이라 기대했던 연구소 예정지였을 것이다.
나는 마루키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전형적인 우려를 느꼈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의 권능을 일주일 동안 대행한 브루스처럼 모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다가 세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뻔한 이야기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까 말했던 히로를 떠올려보자. 히로는 전투 중에 마코토에게 힐을 해줬고 마코토는 히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아리가또"라고 말한 일을 계기로 마음속으로 벌써 마코토와의 손자 이름을 상상하고 있다. 하지만 마코토는 히로가 팔을 뻗어도 손에 닿지 않는 안전한 거리인 반경 1미터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을 모두 행복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루키는 결코 허술하지 않았다. 그의 신세계에서 실현되는 행복은 맹목적인 소원 수리가 아니라, 오랫동안 심리학과 인지가학을 연구하며 구축한 치밀한 준칙에 따라 통제되고 있었다. 히로 같은 인물이 있다면 마코토를 강제로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히로의 적성과 인지를 재조정해 다른 곳에서 참된 만족을 느끼도록 '교정'해버리는 식이다.
각자의 적성에 맞춰 꿈을 재조정하고, 고통스러운 과거는 인지에서 삭제하거나 다정한 환상으로 대체하며, 필요하다면 죽은 사람까지 살려낸다. 그렇기에 마루키의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 찬 어설픈 천국'이 아니라, 거의 완벽하게 동작하는 달콤한 유토피아였다. 시간이 흘러 그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 원칙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논리적으로는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가 완성될 터였다.
이 게임은 '타인을 억지로 행복하게 해주려다 파국을 맞이한다'는 식의 편한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디스토피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대신, "설령 완벽한 행복이 보장된다 한들, 타인에게 통제받는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자유와 주체성'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팰리스를 진행중에 거대한 케이블로 막혀서 들어갈 수 없는 문이 나오는데 그 케이블을 제거하기 위해서 괴도단은 다시 메멘토스에 방문한다. 그리고 메멘토스와 마루키 팰리스와의 연결을 끊어내고 그 문을 통과한다. 메멘토스에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가져오는 설정인 것 같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메멘토스에는 아직도 몇몇 빌런들이 배회한다는 점이다. 마루키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자 했으나 완벽한 준칙을 개발하지는 못했거나 모든 사람의 사정을 아직 다 들여다보지는 못한 상황인 것 같다.
모든 난관을 뚫으면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그걸 타고 최상층까지 올라가면 에덴의 풍경이 나온다. 에덴의 가운데에는 선악과를 연상시키는 나무가 있고 그 나무 옆에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연구소의 옥상에서 마루키와의 보스전을 치르게 된다. 그 옥상에서 맞닥뜨리는 마루키의 최종 페르소나 '아담 카드몬'은 영지주의와 카발라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원초의 완벽한 인간'이자 메시아적 구원자의 형상으로 데미우르고스(얄다바오트)보다 고귀한 등급의 존재다. 이는 신비주의에서 때때로 예수로 해석되기도 한다. 본편의 통제의 신, 얄다바오트가 억압적인 우상에 불과했다면, 아담 카드몬으로 진화한 마루키는 진심 어린 선의와 자비로 인류를 구원하려는 가장 고귀하고 완벽한 신으로 솟아오른다. 그리고 괴도단에게 패배하고 보물을 빼앗겨 개심당한다.
4) 로열판 엔딩
마루키에게서 신적인 권능이 사라지자 모든 일은 이전으로 돌아왔다. 시도의 팰리스에서 사망했던 아케치는 사라졌고 와타나베는 오리지널 버전처럼 소년원에 수감된다. 그리고 시도의 죄가 밝혀지고 와타나베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구명운동을 한 결과 와타나베는 시도에 대한 상해와 오쿠무라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날 오리지널처럼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동행하지 않고 기차를 탄다. 괴도단이 승합차를 끌고 왔지만 그건 수사기관의 미행을 따돌리고 기차에 태우기 위한 연막작전이었다. 그와중에 택시기사 일을 시작한 마루키가 자기 차를 이용해서 와타나베가 감시받지 않고 기차를 탈 수 있게 돕는다. 와타나베가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게임은 끝난다.
아틀러스는 세계의 신화와 종교로 수십 년을 파고 든 설정 장인 회사이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비유와 상징을 썼을 것 같지
않다. 내가 보기에 마루키가 꿈꿨던 세상은 이사야서 65장에서 차용한 것 같다.
[17] “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18]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아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
[19] 예루살렘은 나의 기쁨이 되고, 거기에 사는 백성은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그 안에서 다시는 울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20] 거기에는 몇 날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사람을 젊은이라고 할 것이며,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
[21]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22]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23] 그들은 헛되이 수고하지 않으며, 그들이 낳은 자식은 재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주님께 복 받은 자손이며, 그들의 자손도 그들과 같이 복을 받을 것이다.
[24]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
[25]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
나는 앞서 오리지널의 최종 보스 얄다바오트에 대해서 말할 때, 사탄이 야훼를 죽인 이야기라고 했다. 로열의 엔딩은 성탄 전야에 태어난 신의 은총를 자유에 눈먼 인간들이 내친 이야기다. 칼뱅에 의하면 은총은 원래 거부할 수 없는 것이지만 게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온 자유와 반역의 정신은 그것이 이 세계관 안에서 가능하게 했던 셈이다.
5) 내가 상상한 캐릭터, '히로' 이야기
여기부터는 이야기를 만드는 취미를 끝내 숨기지 못하고 늘어놓는 내 망상이다.
히로는 괴도단이 메멘토스와 마루키 팰리스를 연결한 케이블을 끊으러 메멘토스에 들어가는 미션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다. 자기는 지금의 이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면서. 그래서 만장일치가 나지 않게 되고 괴도단의 브레인 마코토가 히로를 설득하려한다. 그러나 현실이 복귀되었을 때 히로가 어떤 곤란을 겪게 될 지가 뻔하기 때문에 마코토와 괴도단 멤버들은 제대로 입을 열지를 못하면서 괴로워한다. 자신이 괴도단의 만장일치 원칙을 방해해서 폐가 된다는 걸 느끼고 히로는 괴도단에서 탈퇴하게 된다.
여기서 히로와 마코토의 대화를 상상해보자.
마코토: 히로.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아. 하지만 네 자유의지랑 상관없이 너의 정체성을 마루키 선생님에게 맡겨서 바꾸는건 네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거야.
히로: 내 자유의지라고? 나는 지금의 내 꼬라지를 선택한 적이 없어. 나도 161이 아니라 181이고 싶었고 턱걸이를 25번 당기는 짐승남이고 싶었어. 그리고 편차치 70으로 마코토 너랑 같은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걸 선택할 자유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 난 자유롭게 그것들을 선택하려고 해. 너희에게 반대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이런 내 결점 때문에 너희의 선택할 자유를 막고 싶지 않아. 지금부터 나는 괴도단이 아니야. 나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해. 행운을 빌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루키와의 보스전에서 히로는 마루키 옆에 등장한다.
여기서 히로의 게임 캐릭터로서의 특징을 살펴보자.
- 히로는 맨날 쳐맞는걸로 단련이 되어서 hp가 극도로 높고 인내심도 커서 sp도 높음.
힘이 약해서 공격력은 그닥임. - 다만 힘이 약해도 총은 방아쇠만 당기면 되니까 총격과 도발(어그로)에 특화됨.
- 히로의 사기적 스킬이 있는데, 게임내 가장 귀한 자원인 sp를 동료들에게 나눠줄 수 있음. 맨날 일진들에게 셔틀을 당하던 습성이 스킬로 승화 되어버림. 이건 전투 도중에만 쓸 수 있는 스킬로 설계해야 함. 그래야 히로를 평시에 sp충전할 때나 쓰는 배터리 같은 벤치 멤버가 아닌 선발 멤버로 골라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
- 어그로 스킬을 쓰면 마치 이지메를 하듯 섀도들도 히로만 보면 패고 싶어져서 히로만 패는 식.
최종전에서도 마찬가지로 괴도단도 원래는 마루키를 패야 하는데 어그로 때문에 자꾸 히로를 먼저 패게 된다. 그런데 히로 피통이 엄청나게 크다. 덕분에 마루키는 초반 몇 턴을 노데미지 상태로 괴도단에게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가 있게 된다.
엔딩은 아틀러스가 준비해놓은 주인공 중심으로 그대로 진행되고 크레딧 다 올라가고 나서 히든 엔딩이 하나 남아있다.
히로는 예정대로 퇴소후 정착지원금을 다 털리고 시부야 역에서 노숙을 하려고 노숙자 옆에 앉는데 개심 당한 마루키가 히로를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갈 데가 없으면 선생님 따라올래?"
마루키는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은 침대 위 한 사람은 침대 아래에서 잔다. 그리고 마루키는 공식 엔딩대로 택시 운전을 하고, 히로는 물류센터에 나가서 일을 시작한다. 히로는 1년 쯤 마루키의 원룸에서 함께 살다가 드디어 월세 보증금으로 쓸 돈을 모아서 독립하게 된다.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서 맥주 한 캔씩을 까고서 건배를 한다.
마루키: 여기까지 참 많이 돌아왔구나. 축하한다. 나도 이제 발 좀 뻗고 누울 수가 있겠어.
히로: 저도 이제는 코고는 소리에 깨지 않고 편하게 자야죠. 하하.
마루키: 히로... 나는 손님 없이 운전하다가 막힌 길에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날 우리가 이겼더라면 어땠었을까?
히로: 당연히 우리가 이겼어야죠. 하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잖아요.
(남은 맥주를 비우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문을 엶)
다시 그 상황이더라도 저는 선생님 옆에 섰겠지만 저는 그 녀석들 미워하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