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교 계정의 부활
구글 ai스튜디오의 무료 할당량이 하루에 10개로 대폭 삭감되어서 뭐라도 주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발버둥은 대학교 구글 계정 다시 들여다보기였다. 학교 구글 계정은 한때는 내게 무한한 저장 용량을 선물했고 3년 쯤 지나서 그것을 빼앗아 갔다. 기쁨과 고를 동시에 가르쳐줬고 제행무상과 공수래공수거를 체험시켜줬다.
ai스튜디오의 삭감은 몇 년 동안 잊고 지냈던 애증 어린 학교 계정으로 나를 다시 이끌었다. 다행히 구글의 일반 계정과는 달리 몇 년간 접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계정이 삭제가 되지는 않았다. 학교 계정은 제미나이에 접근이 되었고, 신기하게도 제미나이 프로 할당량이 상당히 많이 제공되었다. 뭐든 마음껏 입력하는 건 좋은데 한가지 단점도 있기는 했다. 대화 내역을 삭제하거나 '저장하지 않음'으로 설정하는 권한이 학교 전산실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모든 질문과 답변이 대화록에서 지울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하지만 나같은 후줄근한 아저씨가 인공지능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정신 나간 전산 담당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래도 큰 사고라도 치면 수사기관은 내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으니 역적모의 같은 건 이 계정에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구글에서 제시한 이 문서에 따르면 내 학교 계정은 아마도 구글에서 이중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형적이고 예외적인 상태에 놓인 것 같다.
https://support.google.com/gemini/answer/14620100?hl=ko&co=DASHER._Family%3D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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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으로는 내 계정에서 제미나이 프로 할당량은 위 문서의 내용대로 일반 계정이라면 월 29,000원 짜리 ai pro 플랜과 같은 양인 하루 100개 쯤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티어가 펀더멘털스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고 모델"은 무료 플랜과 똑같이 6번 입력을 하면 한도에 도달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아무리 무료 티어는 우선 순위가 밀릴 수 있다지만 하루 300회가 100회도 아니고 0회까지 줄어드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프로는 아무 제한이 없는데 사고 모델에만 제한이 걸린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아 보였다. 따라서 내 학교 계정은 펀더멘털스도 아니고 상당히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 무료티어 + 제미나이 프로모델 하루 100회 사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펀더멘털은 별도의 구독료가 없는 무료 티어인데도 왜 학교는 굳이 내 계정을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은 이상한 상태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제미나이 프로가 제미나이 플래시 씽킹의 확실한 상위 호환이다. 프로를 매일 100개씩 쓰는 건 아니니까 사고 모델 할당량이 사실상 0이라는 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끼다가 똥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프로를 사용하게 하는 유인이 될 것 같다.
저가 요금제인 ai plus는 하루에 제미나이 프로 30개 사고 모델 90개가 제공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기형적인 학교 계정과 비교하면 오히려 내쪽이 제미나이 프로 사용량이 많이 제공된다. 대신에 컨텍스트 윈도우 크기는 ai plus가 128k 토큰으로 무료 티어인 32k 토큰의 4배나 된다. 나는 종종 긴 글을 쓴다. 내가 가끔 쓰는 긴 글의 분량 자체가 32k 토큰까지 가지는 않지만, 32k는 검증과 비교를 하기에는 모자란 애매한 분량이다. 128k 토큰 정도면 충분할 것도 같아서 여차하면 ai plus를 구독해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ai plus보다 상위 등급인 ai pro 플랜은 1메가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가 제공된다. 1메가 토큰이라면 벽돌책 다섯 권 분량이다. 나로서는 상당히 끌릴만한 매력 포인트다. 컨텍스트를 유지하면서 오만가지 잡소리를 다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 요금제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제미나이의 장기 기억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질 않았다. ai스튜디오와 달리 앞의 내용을 너무 쉽게 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어느 정도일까 많이 궁금해졌다. 써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2. 구글 ai pro 체험
그러다가 우연히 구글 ai pro 3개월 무료사용권을 얻게 되었다. 구글이 프로모션을 한 거였다. 구글과 제휴를 맺은 '코세라(coursera.org)'라는 교육기관에서 강좌 하나를 수강신청하면 나눠주는 쿠폰이었다. 본계정, 학교계정, 자주쓰는 부계정을 동원해서 3장을 받았다. 쿠폰의 사용기한은 26년 12월 31일까지라서 올해 연말에 마지막으로 하나를 사용하면 27년 3월 말까지 ai pro티어를 체험할 수 있을 터였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끊김없이 제미나이 프로를 사용하려면 거기에 한 장이 더 필요했는데 3번째 쿠폰을 만들고나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말처럼 컨텍스트 윈도우가 말로만 1메가이고 실제로는 보잘것 없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극성을 떨 필요가 있을까? 또다른 부계정을 동원해서 추가로 더 발급받을지는 일단 경험해보고 결정하자.'
코세라에서 쿠폰을 얻게 된 시점은 2월 하순이었다. 쿠폰은 3달이기 때문에 2월 24일에 등록을 하면 5월 24일까지 사용권이 생긴다. 그런데 2월은 28일까지다. 2월 중에 등록을 하면 3일 정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3월 1일이 될 때까지 꾹 참았다가 터뜨려버렸다.
학교 계정으로 쿠폰을 사용하려고 하니까 내가 성인인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거부되었다. 내가 미취학 아동일 때 대학교에 입학을 한 천재이고 졸업을 하고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구글의 사려깊음이다. 오히려 전화인증이나 본인 인증 따위는 해본 적 없는 부계정에서 오히려 쿠폰이 정상적으로 적용되었다.
ai pro 티어가 되고나니 구글에서는 환영 메시지를 띄워줬다. 가족을 초대할 수가 있고, 친구를 초대해도 된다는 내용이다. 가족은 그룹을 만들어서 5명까지 초대할 수가 있는데, 가족으로 등록된 사람은 무료로 내 계정과 똑같은 혜택이 적용된다. 친구 초대는 링크로 뿌리는 건데 링크를 받은 사람이 링크된 페이지의 지시에 따라서 구글 ai pro 구독 신청하면 4달간 구독료가 면제된다. 링크 주소는 하나이고 선착순 10명에게 혜택이 적용된다. 그걸 보니까 굳이 부계정까지 동원해서 쿠폰을 3장이나 미리 쟁여둘 필요가 있었나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 내 부계정들로 친구 초대장 링크를 통해 구독 신청하면 3달이 아니라 4달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ai pro 플랜이 적용되고 나니까 제미나이 접속창 우측 상단에 pro라는 꼬리표가 내 계정 배지 옆에 붙었다. 계정 배지 테두리에 구글의 G자 로고 색깔인 빨강, 파랑, 초록, 노랑(시계방향)의 가는 띠를 둘러서 내 계정이 구글의 섬김을 받고 있는 고귀한 신분임을 상기시켜줬다.
3. 컨텍스트 윈도우 테스트
가장 먼저 해 본 일은 롱 컨텍스트 테스트였다. 내가 그동안 써 온, 기독교 관련 글을 모아보면 1메가바이트가 넘는데 업로드 한도에 맞춰서 잘라보면 대략 948킬로바이트, 25만 토큰 정도가 된다. 그걸 업로드해서 분석을 시켜보면 컨텍스트 윈도우의 실제 크기를 짐작해볼 수가 있다. 글을 쓰는 취미가 있는 건 이럴 때 상당히 유용했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글은 유명하고 그런 건 이미 인공지능이 학습을 마친 데이터이기 때문에 테스트에 이용해봤자 유의미한 결과를 보기 어렵다. 길고 유명하지 않은 텍스트 파일을 많이 보유한 것은 확실히 인공지능을 시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ai스튜디오에 그 문서를 업로드해서 분석을 시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을 하는데 유료 서비스인 ai pro에서는 실질적으로 대략 50k 토큰 정도만 꼼꼼하게 읽었고 뒷부분은 날림처리를 해서 실제로 한번에 사용되는 컨텍스트 윈도우의 한도는 대략 60k 토큰 정도인 것 같다.
테두리를 두른 배지나 pro라는 꼬리표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ai pro 티어는 제미나이 입력창에도 차별성이 있었다. 무료 티어에서는 입력창에 긴 글을 붙이면 한글 기준으로 대략 33,000자 근처에서 잘리는데 ai pro 플랜이 적용된 계정에서는 전부 붙여넣을 수가 있다. 무료 티어에서 제미나이 앱에 긴 글을 붙여넣기를 하면 일단 웹보다는 많은 양을 입력받아주긴 하지만 어느 정도 한도가 넘어가면 에러 메시지를 뿜어낸다. 입력은 했지만 처리가 가능한 용량을 넘겼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ai pro 계정은 앱에다가 한글로 10만 자가 넘어가는 긴 글을 직접 붙여넣어도 전부 입력을 받아냈다.
학교 계정과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그래도 프로 티어가 더 낫기는 했다. 다만 구글이 표기한 한도 내에서 시키는 일의 관점에서는 무료 티어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학교 계정의 제미나이에 32194토큰짜리 문서를 입력하고 분석을 시켜봤다. 대략 한글로 5만자 정도 되는 문서였다. 웹에서는 33,000자를 넘기는 바람에 붙여넣으면 뒷부분이 잘렸다. 앱에서는 인터페이스상으로 붙여넣기 자체는 되었지만 전송 버튼을 누르면 에러 메시지가 나왔다. 그래서 파일을 첨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32k라는 범위 이내여서인지, 내 기형적인 학교 계정은 의외로 빼먹는 것 없이 완벽하게 문서를 소화했다. 유료와 무료의 체감할만한 차이는 스펙시트를 기준으로 한 1m vs 32k라기 보다는 64k vs 32k로 보면 될 것 같다. 1메가는 뻥스펙인 반면 32k는 실제 성능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4. ai pro 티어에 대한 소감 및 앞으로의 계획
제미나이 공식 서비스에서 느낀 아쉬운 점은 특유의 불편한 UI나 뻥튀기된 스펙의 컨텍스트 윈도우에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었다. 짧은 물음에 대한 답변 품질 역시 ai스튜디오에 비해서 덜 똑똑함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제미나이 플래시 비추론인 '빠른 모드'와 'pro'의 체감상 격차는 더 작게 느껴진다. 결국 구글 ai pro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다.
'구글이 ai 스튜디오 할당량을 급격하게 삭감하지 않았으면 공짜로 줘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서비스.'
그리고 작년 내내 느꼈던, '제미나이가 독보적으로 똑똑한데 사람들은 왜 챗지피티가 최고라고 오해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만족할만한 답을 늦게나마 얻은 셈이었다. 쉽게 말해서 ai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제미나이 프로는 클로두 오푸스에 대응되고, 공식 서비스의 제미나이 프로는 클로드 소네트랑 걸맞는 서로 별개의 모델로 보면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유료 사용자의 특권인 veo 영상 만들기는 체험기간 내내 빼먹지 않고 한도인 매일 3개씩은 꾸준히 만들어야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그깟 영상 못만들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그록에서 야한 영상을 생성하는 것 말고는 내 시각적 상상력은 말라붙어 있다. 없는 상상력을 매일 같이 쥐어짜서 창의성을 자극하면 치매 예방에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검열이 지나치게 빡빡해서 안그래도 힘들게 짜낸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거대한 꽃송이가 고층 건물에 충돌해서(건물은 조금도 파괴되거나 손상되지 않음) 엄청난 양의 벚꽃잎으로 갈라지고 하늘에서 꽃비가 쏟아져내린다라는 지시를 하면 고층 건물과 거대한 물건의 충돌을 폭력성 지시로 이해하고서 생성을 거부하는 식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영상을 재현하는 원리다보니까 과도한 상상력을 입력하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드래곤과 동양의 용이 함께 비행하며 불쏘기 내기를 하는 장면을 요구하면 용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서 드래곤 2마리가 되고, 아테네 학당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브레이크 댄스 배틀을 하게 하면 엑소시스트처럼 목이 거꾸로 돌아가고 머리가 목 위에 달렸다가 다리 사이에 달렸다가 아주 난리도 아니다. 목성으로 게이트볼을 치는 강아지 같은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을 배려한 절제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고나서 앞으로의 계획은 이렇다. 본계정, 자주쓰는 부계정, 부활시킨 학교계정을 합하면 ai 스튜디오에서 하루 사용 가능량은 30회이다. 이것만으로도 저가 요금제인 ai plus를 구독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 짧은 컨텍스트로도 괜찮은 질문은 든든한 국밥 같은 학교 계정의 프로 모드를 활용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3개의 계정을 활용해서 ai스튜디오에게 묻는다. 30개로 부족하면 밖에 나가서 햇볕도 쬐면서 다음날 다시 시도하기로 한다. 30개라는 한도를 ai 디톡스의 기회로 삼아보는건 어떨까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