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엉뚱한 사람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보고 "4차원적"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4차원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서 우리는 4차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4차원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하나의 축이 시간이라는 명제를 "과학자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맞겠지"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4차원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우주를 연구하면서 관측한 "4차원 시공간"과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인 "4차원 공간"이 그것들이다. 두 가지 다른 개념을 "4차원"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리면 아래와 같은 개념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아래에 붙인 글의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나는 이과적 지식이 크게 부족하고 4차원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할만한 능력과 의욕과 지능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나역시 이 문제를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다원적인 4차원 개념을 혼용했을 때 발생하는 혼란에 대해 다소 끈질긴 탐구를 했을 뿐이다.
아래의 글을 다양한 종류의 인공지능에 넣고 글쓴이의 지적 혼란을 해결해 달라고 명령해 봐도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간파하고 바로잡아주는 모델은 현재까지는 없었다. 새로 출시된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을 테스트할 때 그대로 긁어서 붙여보면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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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과적 지식이 크게 부족한 사람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학, 물리학 공부를 할만한 능력이나 의욕도 지능도 없다.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한심하게 보일 수 있는 이런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4차원에 시간이란 축이 필연적인지 궁금하다. 단지 3차원이라는 제약 안에서 다른 차원을 상상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게 아닐까라는 의심이다. 스크린에 반사된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플레이되는 움직이는 삼각형과 사각형, 원이 등장하는 영상은 2차원과 시간의 조합이다. 시간 축이 추가되었다고 이걸 3차원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접근도 가능하다. 머그컵은 2차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위나 아래에서 보면 원에 조그만 사각형(손잡이)이 달려있는 형태이고 앞에서 보면 사각형이고 옆에서 보면 ㄷ자형 손잡이가 달린 사각형으로 보인다. 그것을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머그컵 주변을 빙 둘러보는 카메라워크로 영상을 찍으면 시간축 투입으로 머그컵이라는 3차원의 실체가 2차원의 이미지센서에 기록된다. 그렇다고 그 영상으로 머그컵이 3차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영상이 3차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시공간 개념이 도입되었고 시간과 공간은 수학적으로나 물리적인 실체가 연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3차원이라는 현실에서 관찰되는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설명하기 위한 렌즈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시공간이란 개념 역시 단지 3차원 플러스 시간일 뿐 그것이 4차원이 맞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차원의 한 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일까? 아니면 비약일까?
하나의 축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나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에서 도출된 4차원의 시공간에서도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단방향으로만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원의 시공간이라는 개념에서 시간을 차원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이 정당한가? 차원의 축 중에서 두가지만 조합하면 2차원 평면이 만들어진다. 폭과 높이의 조합은 2차원 평면이다. 폭과 깊이의 조합도 2차원 평면이다. 높이와 깊이의 조합도 2차원 평면이다. 그렇다면 4차원의 구성요소 중 시간과 폭의 조합, 시간과 높이의 조합, 시간과 깊이의 조합이 2차원 평면이 되는가? 그렇지 않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나머지 3축은 미터로 환산되는 단위의 길이를 가지는데 시간도 따로 떼어서 보면 미터로 환산되는 단위의 길이로 측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길이로 측정되지 않는 시간을 가로 폭 너비 깊이와 같은 하나의 축으로 인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우리도 우주의 일부이기 때문에 시공간의 개념을 도입하면 다소나마 시간위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3차원이 아니라 아주 얇은 시간 축을 가지는 4차원의 존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상대성이론의 4차원 시공간도 시간축은 단방향이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2차원의 존재 역시 2차원의 우주를 관측하다가 시간과 평면의 왜곡을 발견하고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유사한 이론을 도입해서 3축을 깊이가 아닌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4차원 시공간 대신에 3차원 시평면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2차원의 존재에 나를 이입해보고 든 생각이다.
2차원의 존재가 어떤 물건의 CT사진을 본다고 치자. 각각의 단면들로 자신의 차원에서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통합적으로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묘안을 내 보았다. 각각의 사진을 시간의 축으로 꿰어본 것이다. 사실은 깊이의 축인데 그걸 시간을 이용해서 차원의 한계를 극복하여 간접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3차원에서 사는 우리도 그런식으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축을 시간을 임시방편으로 끼워서 이해하려고 드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쩌면 4차원의 존재에게도 시간은 별도의 개념이라서 3차원 존재들의 생각을 접하고는 아닌데 4축을 우리는 "나마"라고 부르는데 왜 바보같이 시간을 갖다가 끼워 맞추는 거지? 단지 나마의 길이가 긴 대상에 대해서 그걸 긴 시간으로 해석하려고 하다니라고 갸우뚱할 수 있지 않을까? 4축은 폭 높이 깊이 시간이 아니라 "폭" "높이" "깊이" "나마"라고.
“나마”는 길이를 가지기 때문에 “폭”과 “나마”, “높이”와 “나마”, “깊이”와 “나마”는 2차원 평면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시간은 길이가 없기 때문에 “폭”과 “시간”, “높이”와 “시간”, “깊이”와 “시간”은 2차원 평면을 만들 수 없다. 시간이 그래서 특별하고 축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가 시간을 하나의 축으로 동원해서 4차원의 시공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4차원의 존재가 본다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2차원 화면인 CT사진을 시간축을 동원해서 깊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2차원의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3차원의 존재는 “나마”를 이해하지 못해서 시간을 축으로 동원하고 있구나라고.
그러면서 그들도 추가적인 축에 대한 상상력 빈곤으로 5차원의 축은 "폭" "높이" "깊이" "나마" 그리고"시간"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본 5차원의 존재들은 4차원의 존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저 녀석들은 "사루"를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활용했군. 1차원에서도 시간은 시간이고 2차원, 3차원, 4차원, 5차원에서도 시간은 시간일 뿐이지라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내로남불처럼 6번째 축을 "시간"으로 상상한다. 6차원의 존재도 역시.... 무한반복. 시간은 어느 차원의 존재들에게서나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별도의 개념이 아닐까?
혹은 “나마”와 “사루” 이외에 또 다른 축까지 인식할 수 있는 한 차원 더 높은 6차원의 존재가 a, b, c라는 3가지 종류의 4차원 물체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a는 폭, 높이, 깊이, 나마로 구성되어 있고 b는 폭, 높이, 깊이, 사루로 구성되어있고 c는 폭, 높이, 깊이,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구나. 그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인지적 한계로 3차원의 단면이 아니라 온전한 형태로 인식할 수 있는 물체는 c 뿐인가 봐. a의 나마는 10센티미터이고 b의 사루는 8센티미터인데 c의 시간은 몇 센티미터지? 아이고 저것 축이라면서 혼자서 길이가 아닌 초라는 단위를 써서 번거롭게 만드는구나. 줄자를 놓고 시계로 측정해야겠네. c의 시간은 6 초구나.
그리고 4차원의 존재가 우리가 사는 시공간을 완전하게 초월하여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다소 허구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3차원의 존재도 공간의 내부를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2차원으로 표현된 CT처럼 내부를 평면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3차원의 존재가 긴 시간 동안 경험한 것들을 시간축에 꿰어서 하나의 4차원 물체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4차원의 존재가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3차원적인 입체적 표피 내지 단입체(단’면’을 대체한 개념)에 불과한 것 아닐까? 3차원의 존재인 우리가 실제로 인지하는 것은 3차원 그 자체가 아닌 3차원 물체의 2차원적 표면에 불과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