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짐 구성

기록 2022. 1. 7. 17:52

헬스장 다니기를 그만 둔 직후에 여러가지 지출이 있었다. 트랩바, 트랩바 거치대, 105킬로 원판 세트를 구입하니 60만원 정도가 들었다. 7개월 무이자할부로 구입했지만 카드 영수증 액수가 늘어나는데 심리적 압박을 느껴서 이후 필요한 물건은 한달에 한 개 씩만 품목을 늘리기로 했다.

 

12월에는 바벨을 구입했다. 스쿼트 데드리프트는 트랩바로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비싼 탄력봉까지는 필요 없고 벤치프레스, 오버헤드 프레스, 바벨로우 정도만 버텨주면 되는 물건이 필요했다. 2200밀리 풀사이즈 20킬로 봉을 원했다. 중저가형 제품들 중에는 센터 널링 있는 제품이 드물었는데 운좋게 찾아내서 구입했다. 트랩바 할부가 끝나는 달을 맞추기 위해서 할부는 6개월 무이자로 했다.

물건을 받아보니 긴 종이 원통에 포장되어 있었고 원통에서 꺼내니 비닐포장 되어있었는데 포장을 완전히 벗겨보니 온통 기름 범벅이었다. 손소독제를 이용해서 기름기를 닦아냈다.

 

헬스장에서 쓰던 바벨보다 품질이 훨씬 좋아보였다. 우선 슬리브에는 가로로 얕은 널링처리가 되어있어서 원판을 끼울 때 드르륵 소리가 났다. 마구리가 없어도 원판을 마찰력으로 어느 정도는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회전이 잘 되었다. 헬스장에서 이용했던 풀사이즈 바벨들은 원판을 끼우고 돌려보면 많아야 3바퀴 정도 회전했고 아예 슬리브가 돌지 않는 물건도 있었다. 내 바벨은 원판을 끼우고 돌리면 한참동안 회전한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애매한 점도 있는데 널링이 제법 날카로워서 고중량으로 당기는 운동을 한다면 장갑이 필요할 듯 하다. 맨손으로는 프레스를 할 때도 손바닥에 약간 자극이 간다.

 

20년 넘게 갖고있던 벤치프레스용 벤치는 통쇠로 만들어져 있어서 튼튼할 것 같긴 한데 바벨 거치대 높이가 너무 낮고 간격이 좁아서 벤치프레스에 적합하지는 않았다.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설계한 것 같다. 바벨 거치대를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평벤치로 활용하기로 하고 벤치프레스를 위한 랙을 별도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헬스장처럼 세이프티 바가 달려있고 거치대 간격이 넓은 벤치가 의외로 아주 희귀하고 엄청나게 비싸기까지 했기 때문에 랙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랙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벤치프레스를 할 수 없었고 다음 달에 구입할 랙을 기다리는 동안은 오버헤드프레스라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버헤드 프레스는 헬스장 다닐 때는 이벤트성으로 해보는 운동이었다. 몇달에 한번 정도 헬스장의 거대한 파워랙에 바벨과 안전바를 걸어놓고 1RM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지난번 1RM무게를 현재는 몇번이나 들어올릴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정도였다. 자주 하는 운동이 아니다보니 단발성으로 오직 힘만으로 들었을 뿐 바람직한 운동 방법은 전혀 알지 못했었다.

바벨을 배송받은 첫날 15회 5세트로 시도했는데 바로 그날 허리를 다쳤다. 오버헤드프레스는 정면을 주시하면서 정수리 위쪽으로 바벨을 들어 올려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된 건 다치고 난 이후였다. 바벨을 올려다보며 들다보니 허리가 휘면서 요추에 하중이 크게 걸렸고 요통 때문에 첫 날 운동도 완수하지 못했다. 제대로 자세를 익힌 뒤 무게를 줄여서 시도해봤지만 이미 생겨버린 요통 때문에 운동을 할 수가 없었고 트랩바를 들 때도 허리가 아파서 이후 한동안 허리 힘이 필요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1월 1일 0시가 지나고 몇 분 후에 그동안 눈독 들여왔던 하프랙을 주문했다. 역시 모든 운동기구의 할부가 동시에 끝나게 하려고 5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했다. 1월 3일에 발송이 되어서 1월 4일에 도착했고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립했다.

 

스쿼트 데드리프트는 트랩바로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고중량을 받아내는 튼튼한 랙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저가 제품을 고르게 되었다. 가격은 2200밀리 바벨하고 비슷하다. 저렴한만큼 재료가 덜 들어갔는지 자체 중량은 가벼웠다. 누워서 벤치프레스 자세를 잡기 위해 바벨을 밀거나 당기면 랙 자체가 밀리거나 끌려오기도 했다. 랙이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벽에 붙여놨다. 벽에 붙여놓으니 밀려나지는 않지만 벤치프레스 세트를 끝내고 바벨을 거치할 때 랙이 살짝 들리는 느낌이 든다.

저가형이라 원가절감 때문인지 제이컵에 우레탄이나 고무판을 덧대어져 있지 않은데 바벨을 올려놓으면 바벨의 널링이 날카로워서인지 제이컵의 도장이 벗겨진다. 제이컵에 닿는 바벨의 널링 틈으로 페인트 가루가 낀다. 적당한 재료를 덧대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기둥간 거리가 예상보다 좁아서 생기는 문제다. 상품 설명 페이지에서 내측 길이처럼 보인 너비가 실제로는 외측 길이라서 기대했던 것보다 10센치 정도 너비가 좁았다. 그래서 벤치프레스 할 때 와이드 그립을 할 수가 없다. 운동할 때 좌우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면 세이프티바에 팔이 살짝 닿을 수도 있다. 한번은 제이컵에 새끼 손가락이 끼어서 피부가 약간 벗겨 지기도 했다. 기다란 2200밀리 바벨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프랙은 처음 써본 건데, 그전까지는 몰랐던 점을 하프랙이란 물건의 장단점을 한가지씩 느낄 수 있었다.

장점은 하프랙도 의외로 튼튼하고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랙에는 풀업바와 딥스바가 포함되어있었는데 풀업, 딥스를 할 때 풀사이즈가 아닌 하프랙인데도 의외로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히 안흔들는건 아니고, 운동에 집중하는 입장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다. 흔들림이 심한 싸구려 치닝디핑 기구보단 비싸지만 튼실한 치닝디핑 기구에 비해서는 하프랙이 오히려 저렴하다. 하프랙은 본래 기능인 바벨 운동 외에 부가적인 치닝디핑 성능도 준수한 편이라 가성비가 좋다.

단점은 풀업이나 딥스를 할 때 벤치만 치우는 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벨도 치워야 하는데, 별도로 거치할만한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바벨을 치우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다. 또한 벤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정 중앙에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프레임 가로축에 중심선을 표시해 놓을 필요가 있다.

 

랙까지 갖추고 나니 웬만한 바벨운동은 전부 할 수 있게 되어서 당분간 추가 구매할 기구는 없을 듯 하다. 아마 물건을 더 사게 된다면 풀업밴드나 트랩바 운동 증량을 위한 20킬로 원판 몇 쌍 정도가 될 것 같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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