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류의 생각은 대개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릴 때가 많아서 모르는 것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비트코인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던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그 이후 시세는 폭락하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응하며 다시 신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몇 년 전 피크 때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가 최근 입장을 바꾼 전문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처음 화제가 되었을 때 옹호론자들의 논리는 비트코인의 총량에 제한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반대론자는 정부가 법률로 정한 화폐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법률로서 불법화하면 언제든 가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내세웠다. 리브라는 달러화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쓰레기로 전락할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아직 출시를 하지 못하는 상태다.
현대 지폐의 기원은 금 보관증이었다. 종이 쪽지에 불과했던 지폐는 금의 내재가치에 기반하여 신용을 얻을 수 있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지폐 자체에 신용이 발생하게 되어 금태환 정책이 폐기되고 난 이후에도 그 자체로서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의 매개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예상들 중에는 리브라와 같이 실제 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것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정부가 주도하여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이 그 자체가 희소성에 기반하여 스스로 가치를 담보하는데 반해 리브라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내세우려 하는 가상화폐들 중에는 달러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 달러와 가치가 연동되면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화폐량의 과도한 증가에 대비하여 희소성에 의한 가치보전 측면에서는 장점을 잃게 된다.
총량이 정해져 있는 화폐가 실물 경제의 주류가 된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실질 성장하는데 화폐량 증가가 이를 뒷받치지 못하면 돈의 상대가치가 올라간다. 물가가 하락하면 개별 경제주체는 화폐를 보유하는 것이 곧 부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를 할 유인이 낮아지게 된다. 돈을 쌓아두기만 하면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이 주류 화폐가 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정부가 현재 화폐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총량이 정해진 화폐를 채택할 가능성도 그와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편 달러와 연동되는 가상화폐가 달러와 비교했을 때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금융생활에 있어 새로운 선택지를 준다는 점에서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낫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러와 연계된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효과를 불확실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달러와 연계되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주체가 자신이 발행하는 화폐액만큼의 담보를 확보하지 않는 경우는 그 가상화폐 발행액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긴다. 가상화폐 발행액만큼 담보로 실물화폐를 확보한 경우 역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런 경우 본원통화량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도 실물화폐와 같은 원리로 신용창조가 일어나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가상화폐는 신용창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실물 달러로 담보된 가상화폐의 발행액이 늘어난다면 시중의 통화량은 감소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와 연계되는 가상화폐는 필연적으로 금융 당국의 통제를 받게 될 운명이다. 그렇다면 중앙의 통제로부터의 자유라는 가상화폐의 기본 이념은 실현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굳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활성화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들은 이 분야에 대한 내 지식과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 것 같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여러번 고쳐 쓸만한 여지가 있다. 아마도 "나중에 보니 이상한 것" 카테고리로 분류될 거라고 본다.
모르는 것만 잔뜩 떠벌여놨을 뿐이니 결론을 내릴 수는 없고 가상화폐가 미래의 주류 화폐가 되어야 할만한 이유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