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사람만이 실재를 볼 수 있다네, 윈스턴. 실재란 객관적이고 외적이며 그 자체대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자네는 생각하고 있어. 실재의 본질은 자명한 것으로 믿고 있어. 자네가 잘못 알고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네처럼 똑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자네가 잘못 알고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네처럼 똑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윈스턴, 말해 두네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니야. 실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야 그것도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든 곧 사라져 버릴 개인의 마음속이 아니야. 오직 집단적이고 불멸인 당의 내부에 있어.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실이야.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재를 볼 수 없어. 이것이 윈스턴, 자네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일세. 여기에는 자기 파괴 행위와 의지의 노력이 필요해. 자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면 먼저 겸손해야 되네.
일기에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쓴 걸 기억하나?
지금 손가락이 몇 개인가
그럼 당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라고 말하면, 그럼 몇 개가 되나?
때로는 말야, 윈스턴. 때로는 다섯 일 때도 있어. 셋 일 때도 있고, 때로는 한꺼번에 세 개도 네 개도, 다섯 개도 될 수 있어. 훈련을 더 해야겠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지.
아냐!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도, 벌주려는 것도 아니야. 왜 자네를 이리 데려왔나 얘기할까? 치료하기 위해서야! 제정신으로 돌려주려는 거야! 여기 들어온 사람 치고 우리가 치료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윈스턴, 알아듣겠나? 우린 자네가 한 것 같은 어리석은 범죄에는 관심이 없어. 당은 겉으로 나타난 행위에는 관심 없어. 우리가 다루는 건 정신뿐이야. 우리는 우리의 적을 분쇄할 뿐 아니라 그들을 개조하고 있어. 내가 무얼 말하는지 알겠나?
자네가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건 여기서는 순교가 없다는 점일세. 과거의 종교적 박해 사건에 관해 읽어 보았겠지. 중세 시대에 종교재판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실패작이야. 이단자를 뿌리 뽑기 위해 시작된 이 종교재판은 결국 이단을 영구화시킬 뿐이었어. 이단자 한 사람을 화형에 처할 때마다 다른 수천 명이 들고일어났어. 왜 그랬겠는가? 종교재판은 그들의 적을 공개적으로 죽였기 때문이고 회개를 받지 못한 채 죽였기 때문이야. 회개하지 않는다고 죽인 거지. 그들은 자신의 진실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죽어갔어. 따라서 모든 영광은 그 희생자인 것이고 그를 죽인 종교재판관에게는 비난만 퍼부어질 뿐이야. 그 후 20세기에 이르러 소위 전체주의 자라는 게 있었어.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지. 소련 사람들은 종교재판 때보다 이단자를 더욱 처참하게 처형했어. 그들은 과거의 오류로부터 깨달아 배운 까닭에 사실 순교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들은 그 희생자들을 인민재판에 부치기 전에 먼저 용의주도하게 희생자들의 존엄을 완전히 말살했지. 고문과 고독으로 그들을 녹초로 만들어 놓으면 이들은 비열 비참해지고 무어든 다 자백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비난하고 뒤에서 서로 고자질하여 자기는 모면하려 하고 살려 달라 울고불고 야단들이지. 그러나 이것도 몇 년 후면 똑같은 결과가 다시 일어나서 죽은 사람이 순교자가 되고 그들에 대한 경멸도 잊어버리는 거지. 그럼 왜 그런가? 첫째로 그들의 자백이 강제에 의한 것이고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여기서 나오는 모든 자백은 진실이야. 우리가 진실로 만드는 거야. 무엇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우리에게 다시 반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거야. 후손이 억울하게 죽은 자기 선조를 옹호해 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돼, 윈스턴. 후손들은 그 선조에 대한 얘기를 전혀 못 들어. 그들은 역사의 장에서 깨끗이 말살되는 거야. 공기로 변해 먼 하늘로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들에 대해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기록된 이름도, 살아 있는 사람의 뇌 속에서 기억도 없어져. 미래에서처럼 과거에 있어서도 완전히 사라지는 거야. 결국 전혀 존재한 적이 없게 되는 거지.
자네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우리가 자네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면 자네게 한 말이나 행동이 아무런 필요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자네를 고문하며 심문하는가 하고 말야.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안 그래?
자네는 견본에 난 흠과 같아, 윈스턴, 씻어버려야 할 오점이지. 우린 과거의 처형자들과 다르다는 걸 지금 막 상기시키지 않았나? 우린 소극적인 복종이나 비굴한 굴복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아. 자네가 우리한테 결국 항복한대 해도 그것은 자네의 자유 의지로 돼야 해. 우린 이단자가 우리한테 반항하기 때문에 그들을 처형하는 게 아니야. 우리한테 반항하는 한 그를 처형하지 않는다. 우린 그를 전향시켜 그의 내부를 장악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그로부터 모든 죄와 환상을 불태우지. 외양만 아니라 진짜로 그의 마음과 영혼까지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야. 그를 죽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만든다. 잘못된 생각이, 비록, 알려지지 않고 무력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야. 죽는 순간에라도 어떤 탈선을 용서하지 않아. 옛날에는 이단자들이 여전히 이단자인 채 화형장으로 끌려가며 자기는 이단자라고 선언하고 기쁘게 처형당했어. 소련의 숙청 희생자들도 총살장으로 가면서도 머릿속에 반항 의식을 갖고 있었어. 그러나 우리는 없애기 전에 두뇌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 옛날의 전제군주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걸 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이었고 전제주의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걸 하라는 것이지만 우리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돼 있다'는 거야. 여기에 온 사람 치고 우리에게 끝까지 대항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깨끗이 세뇌되었어. 자네가 무죄라고 믿고 있는 존스와 아런손, 러더포드 등 그 세 명의 불쌍한 반역자들마저 결국 굴복하고 말았지. 나도 그들의 심문에 참가했지. 그들은 점점 약해지더니 울고불고 설설 기더니 결국은 고통이나 공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말 회개하더군. 심문이 끝났을 때는 그들은 인간의 껍데기에 불과했어. 자기들이 한 짓에 대한 비탄과 대형에 대한 애정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어. 그들이 대형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감동할 정도야. 그들은 빨리 죽여 달라고 애걸했고 그래서 마음이 깨끗할 때 죽을 수 있었던 거지.
나한테 물어보기도 했지만 왜 애정성이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면서 자네를 괴롭히는가 때때로 궁금할 걸세. 그리고 자네가 자유로울 때도 본질적으로 똑같은 문제로 번뇌할 거야. 자네는 자네가 살고 있는 사회의 구조는 알 수 있지만 그 기본적인 동기는 알 수 없어. 자네가 일기에 쓴 걸 기억하나? 나는 <어떻게>는 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지.. 그 <왜>에 관해서 생각할 때는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했지. 자넨 <그 책>을, 그 골드슈타인의 책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읽었어. 그 책이 자네가 모르는 걸 가르쳐 주었나?
내가 그걸 썼지. 그걸 저작하는데 합작했다고 말해야겠지. 어떤 책이든 개인적 저술로 나오지 않아. 자네도 알겠지만.
(그 책에) 해설한 것은 옳아. 그렇지만 그 책이 내놓은 계획은 이치에 맞지 않아. 비밀리에 지식을 축적하고 점차적으로 계몽되어 궁극적으로 노동자의 반란이 일어나 당이 전복된다는 계획 말야. 그게 무얼 말하려는지 자네도 예측했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노동자는 결코, 몇 천만년이 지나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네. 할 수가 없지. 그 이유를 얘기 안 해도 자네는 알고 있어. 폭동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해 왔다면 이제 단념해야 해. 당을 전복시킬 방법이 없어. 당의 지배는 영원해. 여기서 생각의 기점을 잡게.
그럼 이제 <어떻게>와 <왜>의 문제로 돌아가세. 자네는 당이 <어떻게> 권력을 지속하는가 잘 알고 있어. 그럼 우리가 <왜> 권력에 집착하는가 말해보게. 우리의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권력을 원해야 하는가? 자 말해 보게.
당은 오직 권력 그 자체를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는 흥미 없고 오로지 권력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재산도, 사치도, 장수도, 행복도 아니야. 오로지 권력, 순수한 권력에의 의지다. 그럼 순수한 권력이란 무엇인가, 자네는 이걸 이해하게. 우리가 무얼 하고 있는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과두정치와 다르네. 옛날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마저 비열하고 위선적이지.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당이 그 방법에서는 우리와 매우 비슷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인정할 용기가 없었어. 그들은 마지못해, 그리고 잠시 동안 권력을 장악했다. 머지않아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천국이 오리라고 그들은 가식, 아니 믿고 있었지. 우리는 그렇지 않네. 누구든 권력을 장악할 때는 그것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이야. 권력은 수단이 아니야. 목적 그 자체지.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게 아니라 독재를 하기 위해 혁명을 하는 법이야. 박해의 목적은 박해야. 고문의 목적은 고문이고. 이처럼 권력의 목적은 권력이다. 이제 내 말을 알아듣겠나?
우리는 권력의 성직자야, 신은 권력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자네가 생각하기에 권력은 말뿐일 거야. 이제는 자네가 권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때야. 자네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이란 집단적이란 걸세. 개인은 오직 개인임을 포기할 때 권력을 갖게 돼. <자유는 예속>이란 당의 슬로건을 알겠지. 그것을 역으로 생각해보았나? 예속은 자유라고. 홀로 자유로이 있으면 인간은 언제나 패배해.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죽을 운명에 처해있고 죽음은 가장 커다란 패배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인간이 완전하고 확실한 복종을 행할 때,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당에 포섭되어 그 자신이 곧 당이 된다면 그는 전능하고 불명의 존재가 되는 거야. 둘째로 알아둘 것은 권력이란 인간에 대한 권력이란 점일세.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완전히 지배하는 권력이어야 해. 사물에 대한 권력, 자네 식으로 하자면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 않아. 사물에 대한 우리의 권력은 절대적이야.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에 사물을 지배해. 실재란 우리 뇌 안에 있어. 조금씩 알게 될 거야. 우리는 못하는 게 없어.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내가 원하면 비눗방울처럼 이 위를 떠다닐 수도 있지. 당이 그것을 원하지 않으니 하지 않을 뿐이야. 자연의 법칙에 대해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해. 우린 자연의 법칙을 창조해.
헛소릴 하는군. 지구 나이는 우리 도래야. 어떻게 우리보다 더 오래됐겠나? 인간의 의식을 통하지 않고는 존재하는 것이 없어.
별이란 게 무언가? 그것들은 강 건너 불이야. 우리가 원하면 거기에 갈 수 있어. 없애 버릴 수도 있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야. 해와 별이 지구를 돌고 있다.
물론 어떤 점에서는 그건 진실이 아니야. 바다를 항해할 때나 일식을 예보할 때는 지구가 해를 돌고 별이 수백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걸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기도 해. 하지만 그게 다 무언가? 우리는 천문학의 이원적 체계를 이룩할 수 없단 말인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별은 가까이 있을 수도, 멀리 있을 수도 있어. 수학자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줄 아나? 자넨 <이중사고>란 말을 잊었나?
형이상학이 자네의 강력한 논점이 될 수 없다고 내가 말했었지. 자네가 지금 생각해내려는 말은 유아론이라는 거야. 그러나 자네가 틀렸네. 이건 유아론이 아닐세. 자네 방식대로 하면 집단적 유아론이라 할까, 그러나 그것과 다르지. 사실은 정반대야. 모두가 빗나갔어. 진정한 권력, 우리가 밤낮으로 추구해야 하는 권력은 사물에 대한 권력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권력이다. 어떻게 하면 타인에 대한 권력을 주장할 수 있겠나, 원스턴?
타인을 괴롭힘으로써야. 복종으로는 충분치 않아. 괴로움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내 뜻에 복종하는지 어떤지 어떻게 알겠나?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데 있어.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산산이 조각내 우리가 원하는 모양으로 새롭게 다시 띄어 맞추는 거다. 이러면 자네는 우리가 창조하는 세계가 어떤가를 좀 알 듯한가? 이건 옛날의 개혁자들이 상상한 것과 같이 어리석은 쾌락주의자의 유토피아의 정반대 되는 거지. 공포와 반역과 고뇌의 세계야. 짓밟고 짓밟히는 세계이며 정련될수록 더욱더 잔혹해지는 세계야. 우리가 만드는 세계에서 진전이란 고통을 향한 진전이다. 옛 문명은 사랑과 정의 위에 이룩되었다고들 옛 역사는 주장했지. 우리는 증오 위에 섰어. 우리 세계에는 감정이라면 공포와 분노와 승리감과 비하감 밖에 없어. 그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부숴 버린다. 우린 혁명 전부터 내려오던 사고의 습관을 벌써 파괴하고 있어. 우린 부모와 자식, 사람과 사람, 남자와 여자 간의 유대를 끊어버렸다. 누구도 마누라나 자식이나 친구를 이젠 믿지 않게 됐어. 더욱이 미래에는 마누라도 친구도 없어진다. 아이들은 암탉 둥우리에서 달걀을 뺏어오듯 태어나자마자 어미한테서 뺏어오는 거야. 성적 본능도 사라지지. 성교는 매년 배급카드를 새로 해 주듯 일 년에 한 번 있는 예식일 뿐이야. 우린 성에 있어서 오르가즘도 없앨 거다. 신경학자들이 지금 이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 충성심도 당에 대한 것 이외는 없다. 대형에 대한 사랑 외에 어떤 사랑도 있을 수 없게 돼. 웃음도 적을 패배시키고 승리감에 취해 웃는 웃음밖에 없어. 미술도, 문학도, 과학도 없어질 거다. 아름다움과 추함 간의 구별도 없어지고 호기심도, 살아가다 보면 느끼는 즐거움도 없어진다. 우린 모든 기쁨을 부숴 버린다. 그리고 이걸 잊지 말게, 원스턴. 끊임없이 커가고 끊임없이 미묘해지는 권력에의 도취감만 있을 뿐일세. 언제나, 어느 순간이나 승리감이 주는 전율을 무력한 적을 짓밟는 쾌감뿐인 거야. 미래상을 그려 보고 싶으면 영원히, 인간의 얼굴을 짓밟고 있는 구둣발을 상상하게. 그리고 이런 구둣발은 영원하다는 걸 기억하게. 이단자의 얼굴은 언제나 거기에 짓밟혀 있을 거야. 이단자와 사회의 적은 굴복하여 언제나 그런 꼴로 억압될 거다. 자네가 체포된 후에 겪은 모든 일들이 앞으로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고 더욱 심해질 걸세. 반역행위, 배신, 체포, 고문, 처형, 소멸의 순환이 멈출 날이 없어. 그것은 승리의 세계인 한편 공포의 세계다. 당의 권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용은 점점 더 사라지고 반대파가 약하면 약할수록 전체주의는 더욱 철저해져. 골드슈타인과 그를 추종하는 이단자들도 영원히 남아 있어야지. 날마다, 시간마다 그들은 패배당하고 불신, 조소, 배척당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들은 언제나 남아있어. 지난 7년 동안 자네에게 꾸민 이 연극도 다시 반복되어 대대로 후대까지 더욱더 교묘한 형태로 되풀이될 거야. 우린 이단자를 우리 마음대로 처분할 거다. 그들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만신창이가 되어 애걸복걸하다 마침내 우리 가랑이를 붙들고 제발 살려달라고 참회하면서 애원할 걸세. 윈스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세계다. 승리에 승리,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는 개선, 권력욕을 더욱 굳건하게 다져주는 이런 세계다. 그 세계가 어떤 것이라는 걸 이제 자네가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군. 그러나 마지막엔 이해한다는 정도가 아닐 거야. 자네도 그걸 기꺼이 받아들여 환영하고 그곳과 혼연일체가 될 걸세.
자네는 증오가 사랑보다 사람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왜 그래야 하나?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무슨 차이가 있겠나? 우리가 더 빠르게 늙는다고 생각해 보게. 생명의 속도를 촉진시켜 서른 살에 노쇠한다고 생각해 봐. 그랬다면 달라질 게 무얼까? 개인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란 걸 이해할 수 없나? 당은 불사의 존재야.
윈스턴 우리는 삶을 완전히 지배한다. 자네는 우리가 하는 일에 분노해서 우리에게 반항할 어떤 인간성이 있다고 상상하고 있지만 우린 인간성을 창조한단 말이야. 인간이란 무한한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 자넨 노동자나 노예가 들고일어나 우리를 넘어뜨릴 거란 예전의 생각을 다시 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은 아예 말게. 그들은 짐승처럼 무력해. 인간적인 것은 당뿐이야. 그 외에는 문제가 안 돼.
자네가 인간이라면, 윈스턴 자네는 마지막 인간이야. 자네와 같은 인간은 없다. 우리가 그 후계자지. 자네 혼자라는 걸 알겠나? 자네는 역사 밖에 있고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