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포비아

짧은 글 2018. 10. 6. 00:44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 나오는 물고기 인간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대머리 게이 아저씨의 머리를 만지니까 머리카락이 생긴다.

 

영화는 대머리를 개인의 외적 개성이라기보단 치료를 요하는 질환으로 단정한 셈이다.
용어를 급조해보자면 "대머리 감수성"이 부족한 태도였다.
그 장면을 보고 자신의 외모적 특징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비하당한, 머리카락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대조적으로 동성애는 존중받아야 할 가치로 취급되었는지 당연히 치료되지 않았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도 대머리까지도 잊지 않고 챙겨주기는 어려웠던 걸까? 대머리는 자신들이 작성한 "존중받아야 할 소수자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조용한 존재들이라서?

일부러 과장되게 말해봤다. 이렇듯 올바름을 과도하게 추구하다보면 "대머리 감수성" 같은 암기하고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아진다.
반면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한다면 따로 외울 것이 없고, 있는 그대로를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양심을 넘는 선량함은 위선이다. 그리고 위선을 거부하는 자유가 오히려 양심적이다.
타인에게 객관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라면 한 사람의 자유와 양심은 존중되어야 한다. 타인이 만들어 준 "존중받아야 할 소수자 리스트" 를 암기하는 것은 양심이 아니라 위선을 강요받은 결과이다.

어떤 사상이나 발언, 사건 등에 대해 '민감성', '차별성' 같은 자의적 기준에 어긋난다는 자신의 주관적인 피해를 호소하며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면 그 타인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객관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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