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때 쯤 장난감 자동차 안에 들어있던 모터의 수명이 끝나서 교체한 적이 있었다.
버리는 모터를 뜯어보니 양쪽 벽에 자석이 붙어있었고 회전축에는 코일이 감겨 있었다.
코일을 보니 학습 만화에서 봤던 전자석이 떠올랐다. 전자석 대신에 영구자석을 넣으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모터가 계속 회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기력에 대해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기 전까지 몇 년 동안 어떻게 자석을 배치해야 전기를 쓰지 않고도 스스로 돌아가는 모터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틈틈이 궁리했다.
가끔 그럴듯한 그림이 나올 때도 있었으나 마찰력 때문에 회전이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이렇게 생각했다.
마찰력이 없는 소재를 개발한다면 전기 없이 스스로 회전하는 모터를 발명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 모터는 스스로 회전하는데 만족하는 물건이 아니라 장난감을 구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다. 그 모터가 장난감을 움직이기 위해선 모터 내부의 자체 마찰보다도 훨씬 강한, 기어간, 바퀴와 바닥간 저항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어린 시절의 나는 간과했다. 내부 마찰도 극복하지 못하는 힘밖에 낼 수 없는 구조라면 마찰이 없는 소재로 만들더라도 장난감을 구동시킬 수는 없다.
마찰력만 제거하면 자기가 구상한 것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마찰력 탓만 하는 헛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