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예술 작품이다"라는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그것이 예술 작품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설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부분 현대예술의 성과물이다. 현대예술은 대체로 설명이나 해명을 들어야 감상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것이 정말로 예술에 포함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를 느끼게 되었다.

 

개미는 곤충강 벌목 개미과에 분류된다.

흰개미는 곤충강 바퀴목 흰개미아목에 속한다.

흰개미는 개미 중에 흰색을 띈 종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개미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별개의 종이고 '흰개미'일 뿐이다.

레서판다(=레드판다)는 대나무를 먹는다. 식육목 레서판다과에 속한다. 레서판다는 생긴 건 너구리 같은데 대나무를 먹는다는 이유로 한 때 판다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던 적도 있다.

판다는 대나무를 먹는다. 곰과 판다속에 속한다.

둘은 대나무를 먹는 특이한 식성 때문에 비슷한 이름을 가졌으나 유전적으론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흰개미와 마찬가지로 레드판다가 판다 중에서 빨간색인 종은 아니란 뜻이다.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이다.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이 필수 요건은 아니다.

예술이라는 단어의 정의상으로는 현대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주관적 가치라서 누군가에게는 추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불쾌함을 유발하는 조형물이나 귀에 거슬리기만 한 불협화음 등 아름답다고 여기기 어려워 보이는 현대예술 작품을 반례로 들며 그것 역시 아름다움의 일종이기 때문에 예술로 인정받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명백히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 것도 그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순환 논증 내지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현대예술을 예술과 별개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단지 현대에 새로 생긴 종류의 예술로 본다면 예술이란 단어의 정의에서 아름다움을 삭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의 정의를 고치면서까지 양자를 같은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억지스러울 뿐이다.

현대예술은 제작이나 유통과정 등의 외양이 예술의 그것들과 닮았을 뿐 그것을 예술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

현대에도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과 예술가들은 얼마든지 있다.

현대예술은 현대에 행한 예술이 아니라 흰개미나 레서판다 같이 그냥 '현대예술'이고 현대예술을 하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라 '현대예술가'로 본다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가 또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쉽게 해결된다.

 

내가 파악한 현대예술이란 기존 예술의 외형 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기존 예술과 차별화를 두려고 시도한 노력의 산물로 평론가들이 현대예술로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현대예술'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20세기 이후 만들어진 것

2. 독창적 아이디어: 예술의 전제이기도 하지만 양자는 포함되는 관계가 아닌 별개의 개념이므로 아이디어도 요건에 포함시켜야 함.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현대예술가가 직접 현대예술품을 제작할 필요는 없음. 아름다울 필요는 없음

3. 기존 예술의 외형 : 회화, 조소, 공연 등의 형태

4. 평론가의 승인

4-1) 대중의 인정까지 받을 필요는 없음.

4-2) 평론가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쓰레기 또는 일반물품(소변기)임.

 

한편 예술의 요건은 이렇다.

 

1. 아름다움 (예술과 현대예술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2. 인간의 의도적 활동(아이디어와 숙련기능)

3. 사람들의 인정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면 쓰레기)

 

흰개미와 개미는 둘 다 여섯개의 다리가 있고 날개는 없고 가는 허리를 갖고 집단생활을 하는 등의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엄연히 별개의 종이다. 예술과 현대예술은 별개의 개념으로 보아야겠지만 명백히 드러나는 공통점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한 예술과 현대예술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아이디어(인간의 의도적 활동에 포함됨)

2. 평론가의 승인(사람들의 인정에 포함됨)

3. 예술의 외양

 

뭔가 마음에 안드는 걸 보고 반발심이 생겨서 아는 것에 비해 많이 써놓긴 했지만 자신은 없음.

'모르는 것'으로 분류함.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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