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으로 받아서 10년 넘게 썼던 마우스가 망가졌다. 클릭을 하면 더블클릭이 되고 드래그를 하면 금방 풀리는 증상이었는데 10년이나 썼으니 미련없이 버릴 수 있었다. 사은품으로 받은 물건이라 좋은 줄 모르고 썼는데 버리고 나서 알고보니 나름 명기 취급을 받던 물건이었다. 10년 넘게 버텼으니 좋은 물건이 맞긴 한 것 같다.

그래서 몇 달 전에 약간 비싼 마우스를 하나 사서 사용중인데 얼마전부터 왼쪽 버튼을 클릭하면 더블클릭이 되고 드래그를하면 금방 풀렸다.

몇 달 만에 고장이 났으니 AS를 보내면 될 일이나 이 물건은 병행수입품이고 로컬워런티 정책을 취하고 있는 회사라 그럴 수가 없었다.

검색을 해보니 원래 그 회사 마우스의 고질적인 증상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법 알려져 있는 편이었다.


인터넷으로 배운대로 옴론 스위치라는 부품을 구입했다. 마우스에 원래 들어있는 옴론 스위치는 원산지가 중국인데 일본산으로 구입해서 갈아끼우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첫번째 난관은 기판을 케이스에서 분리하는 일인데 숨어있는 나사도 있고 나사 이외에 물건을 고정시키는 부품도 있어서 약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망가진 기존 버튼이 붙어있는 기판의 납땜을 녹이는 일이었다.

기판에 붙은 납에 납땜 인두를 갖다대고 있어도 거의 녹지를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장에서 나오는 기판은 무연납으로 땜처리가 되어 있는데 보통 납땜에 쓰는 실납에 비해 녹는 온도가 높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녹이려면 무연납 인두를 써야 한다고 하는데 갖고 있던 인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한참을 데어보니 살짝 흐물거리게 되었고 미리 준비해 둔 솔더윅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완전히 녹지를 않으니 납이 흡수되지는 않았고 밀 수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버튼을 힘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기존 버튼은 그 과정에서 파손되었다.

버튼을 빼낸 구멍에 새로 구입한 스위치를 넣고 갖고 있던 실납으로 납땜을 하니 마우스는 정상 작동하였다.


수리 이후에 유튜브에서 마우스 수리 영상을 보니 굳이 버튼을 교체하지 않고 스위치의 뚜껑을 열어서 스위치 스프링을 약간 구부려서 탄성을 보강하거나 접점을 닦아주는 것 만으로도 버튼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수리법을 발견하게 되었다. 부품 구하느라 뛰어다니고, 마우스 기판 분해 방법을 몰라서 헤매고 납이 안녹아서 당황하고 약간 헛고생한 느낌이다.


다음에 고장이 나면 굳이 스위치를 교체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기심에 예비용으로 구입한 스위치를 열어서 내부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일본산 스위치는 유튜브 영상과는 달리 케이스 걸림쇠가 긴 방향이 아니라 짧은 쪽에 걸려있고 걸림쇠를 들어낼만한 날카로운 물건을 밀어넣기 어려운 구조로 조립되어 있었다. 커터칼을 밀어 넣어서 억지로 열었는데 수리 영상에서 봤던 스프링과 구조가 많이 달라 보였다. 스프링을 빼서 확인해보려 했는데 스프링 판에서 탄성을 주는 조그만 구리조각이 튕겨져 나갔다. 수리 동영상에서 본 것과 달리 힘으로 스프링 탄성을 보강하는 방법으로는 수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재조립을 하려 했는데 조그만 구리조각을 원래 자리에 넣기 위해서는 아주 작지만 힘을 쓸 수 있는 핀셋이 필요했고 최소한 3개의 손이 필요했다. 그런데 난 손이 2개이고 나에게 그런 좋은 핀셋은 없었다. 부품 가격 자체가 싼데 재조립을 하려고 조그만 핀셋을 구입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고, 열어놓은 부품을 포기하게 되었다. 호기심 때문에 돈 주고 산 멀쩡한 부품 하나를 버렸다.

여는 건 마음대로지만 재조립은 마음대로가 아니고 열더라도 특별히 수리를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법이 없다. 그래서 제조사에서는 이 제품의 뚜껑을 여는 것을 극단적으로 어렵게 설계한 것 같다.


반면 원래 장착되어 있는 중국산 옴론 스위치는 상대적으로 뚜껑을 열기 쉬운 구조이고 뚜껑 열어서 자체 수리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스위치 부품을 따로 구할 필요도 없고 납땜 관련 작업을 할 필요도 없고 케이스에서 기판을 들어내는 분해와 재조립 과정도 필요 없다. 오른쪽 버튼이 고장날 것을 대비해서 미리 구입했던 스위치는 못쓰게 되었지만 나중에 고장이 나더라도 부품을 새로 구해서 교체하기보다는 뚜껑을 열어서 스프링 탄성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고치면 될 것 같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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