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견을 낸 이후 비트코인이 언론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며칠 사이에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 전에는 딥웹에서만 사용되는 익명성이 보장된 결제수단으로 알고 있었는데 가치 측면이나 사회적 위상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다.

도서관에 들어온 책이 대출중이라 서점에 들러서 비트코인에 대한 책을 잠깐 읽었다. 대충 훑어보니 화폐의 교환 기능에 대한 장점에만 치중해있고 가치 저장에 대한 설명에는 인색한 면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그 책을 사거나 대출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잠깐 읽은 상태일 뿐이다.


한탕주의에 빠져서 마약거래를 주도한 25세 젊은이를 떠올려 봤다.

한번의 거래로 비트코인 100만달러 어치를 벌어들였다. 겁이 많은편이라 다시 마약을 거래할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 서울에서 공실 안나는 번듯한 상업용 건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작은 액수였다. 그래서 지방 소도시에서 건물을 사서 가게를 하나 열거나 임대를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정기예금 이자라도 받아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건물을 사면 국세청에서 자금출처 소명 요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소명하지 못하면 증여세가 40%이다. 구입할 수 있는 건물 크기가 그 만큼 줄어들고 받을 수 있는 집세도 줄어든다. 부동산 가격이 잘 오르지 못하는 지방 소도시의 특성상 시세차익은 어렵고 저금리 시대라 거액의 세금을 내고 구입한 건물 임대료로는 생활이 빠듯할 것 같았다. 부동산을 포기하고 은행에 입금을 하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전산으로 자동 신고가 된다.

그래서 다른 자산을 구입하거나 은행에 예치하지 못하고 전자지갑에 넣어둔 채로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벌어 놓은 100만달러로 많은 물건들을 구입할 수는 있다. 여행지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것이다. 다만 돈이 돈을 낳는 재테크 영역에는 발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갑에 들어있는 비트코인은 이자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 벌어놓은 100만달러를 남은 여생으로 나누어보니 놀고 먹으려면 매우 가난한 생활을 각오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놀고 먹을 수 없이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약거래때 사용했던 무기들을 다시 꺼냈다. 그러나 이미 벌어 놓은 돈이 있어서 잃을것이 없었던 예전 같은 헝그리 정신이 발휘되지 않았다. 마약거래를 다시 하기가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비트코인 대부업을 시작했다. 익명의 가상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별도의 비용 없이 거래할 수 있는것이 이 화폐의 미덕이다. 그러나 그가 시작한 대부업은 역설적으로 면전에서 계약서를 쓰고, 철저하게 신원을 조사한 후 제 날짜에 고율의 이자를 갚지 않으면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지극히 현실에 기반한 사업이었다. 채무자는 무기를 들고다니는 무서운 빚쟁이에게 가치의 변동이 들쭉날쭉한 화폐로 빚을 지는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를 찾기 보다는 현금을 대부해주는 업자를 찾았다. 비트코인을 대부하는것 보다는 그것을 현금으로 환전한 후 대부하는게 나을것 같았다. 대부업에서는 비트코인은 아무런 장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포통장을 만들고 과감히 환전을 했다. 다행히 환전소가 금융당국에 환전내역을 신고해야 하는 법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었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돈 관리를 원했고 추심 활동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해서 유령 회사를 만들고 세금도 조금씩 내가면서 자금 세탁을 하게 되었다.

새치가 희끗희끗해진 그는 "예금 이자를 주는 비트코인 은행이 있었더라면 이런 고생 안하고 편하게 살았을텐데"라고 되뇌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쓴 것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으로 분류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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