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면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다. 보통은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 줄 때 표면적으로는 사례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례를 바라는 은근한 마음도 완전히 없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사례를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시간이 돈인 사람은 찾아주는데 소요된 시간 정도는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하기도 하다. 분실물을 찾아 주는 일은 일반적인 상거래도 아니고 양 당사자들도 늘상 겪는 일이 아니라 얼마를 지불하는게 적당한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대로 하자면, 잃어버린 물건 가격의 5~20%가 유실물법 제4조 규정이고, 동법 제3조에 의하면 반환에 필요한 비용 역시 찾아준 사람에게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없어졌던 물건인데 상대의 호의로 찾게 되었으니 사례를 해도 아까울 게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적정 금액이 상대가 기대한 액수보다 적으면 분위기가 껄끄러워 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마찰없이 사례금을 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봤고 실제로 그렇게 사례를 해 봤다.


지갑에 내가 생각한 적정한 사례액보다 1, 2천원정도 적은 돈을 준비한다. 20~30만원대 물건(주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3만원을 적정한 사례금으로 생각했다면 만원짜리 2장과 5천원짜리 1장 천원짜리 3장을 지갑에 넣는다. 지갑에 지폐가 6장이나 들어있으니 달랑 3만원만 갖고 있는 것 보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덜 하다. 요즘은 신용카드나 각종 모바일 결제 수단 사용이 많아져서 예전처럼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물건을 돌려받고 난 후 지갑을 상대가 볼 수 있게 활짝 열어서 안에 들은 돈을 모두 건내준다. 그러고 나서 "고맙습니다. 더 드려야 하는데 (물건이름) 잃어버린게 너무 경황이 없어서(가슴이 떨려서) 정신없이(급하게) 나오느라 지금 갖고 있는 게 이것 밖에 없네요." 라는 식으로 말한다.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한두번 더 권해보고 정말 싫은 것 같으면 거둬 들이면 된다.


물건을 되찾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만 사례를 해서 좋고 찾아 준 사람도 자기가 기대한 것 보다 적은 액수더라도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받게 된 셈이니 실망하는 마음에 다소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다만 건내는 액수는 무조건 적게 줄 생각만 하지 말고 상대가 납득할 수 있게 아주 비싼 물건이 아니라면 가격의 10%이상으로 결정하는게 좋다. 어쨌든 찾아줘서 고맙고 내 손실이 줄어든거니까 사례를 적정하게 하는게 상대에 대한 예의이고 자기에게 손해되는 일도 아니다.


물론 이런 처신은 얄팍한 수작에 불과하다. 상대방은 고맙긴 하지만 어차피 다시 안 보게 될 사람에 불과하다. 친교를 맺는게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얄팍한게 오히려 깔끔하다. 어차피 예절의 본질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라기보다는 관계에서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얄팍하게 굴기 싫다면 흰 봉투에 자기가 결정한 금액을 넣어서 상대에게 넘기면 된다. 그러고 나서 상대가 실망하는 표정이 내 눈에 보이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좋다.


한편 만약 당연하다는듯 거액의 사례를 요구하면서 물건 반환을 거부한다면 점유 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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