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기록 2013. 1. 20. 18:38

나는 기타를 못 친다.

기타가 내 방에 자리를 잡은지 10년 쯤 지났다. 코드를 잡고 딩가딩가 반주를 하는데 쓰는 통기타였다. 클래식 기타가 따로 있다는걸 알게 된 때는 통기타을 구입한 후였다. 노래 부르길 좋아하지 않아서 연주용 기타를 사지 못한 걸 늘 후회했었다.


통기타도 연주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연주하는 친구를 보기도 했다. 기타 교재나 동영상은 많이 있는데 주로 코드 잡고 반주하는 용도의 교재라서 별 도움은 되지 못했다.

악보를 보면서 연습해 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 봤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자판을 누르려 손가락을 벌리는데 손가락이 너무 짧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자판을 짚는 손가락은 기타 쇠줄 때문에 빨갛게 자국이 남았고 줄을 튕기는 오른손 엄지는 허물이 벗겨졌다. 기타를 만진 다음날은 하루 종일 손가락 끝이 물집이 잡힌 것 같이 아팠다.


어차피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고통이 수반되는게 쾌락의 순도가 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타 말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취미 거리는 널려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타와 멀어졌고 기타는 10년 정도 내 방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때때로 나일론 클래식 기타 줄로 교체하면 다시 연습해볼만 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으나, 기타 줄을 살 기회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


얼마 전에 친척 동생이 기타에 흥미를 보이길래 들려 보냈다. 앞으로 내가 돈 내고 기타를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평생 기타 연주능력을 익힐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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