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Km/h !!!

생각 2008. 6. 22. 22:36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시속 37.1킬로미터는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 하지만 자전거, 특히 고가의 로드바이크나 MTB가 아닌10만원이하의접는 자전거나 일명 '철티비'로 그 정도 속도를 낸다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 지마켓에서 4300원에 자전거 속도계를 구입해서 설치했다. 평소 내 주행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측정해보니 평균 20킬로 내외의 속도가 나왔다. 그러다가 내 자전거로 낼 수 있는 속도의 한계가 궁금해졌다.브레이크를 풀고 동네고가도로 아래내리막길을 내려올때는 바람을 가르는 엄청난 속도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살짝느껴지는데 그곳에서의 실제 속도가 궁금했다. 내심 50킬로미터정도는 되지 않을까는짐작을 했었지만 정작속도계를 보니 36.8킬로에 불과했다.

오늘은 단골코스인한강에서 탄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다. 휴일이라 모처럼 낮에 주행을 했는데 휴일 낮인 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다. 잠실대교를 약간 지났을때, 사람도 적고 도로도 구부러지지 않은 속도 내기 좋은 구간이 하나 보였다. 있는 힘을 다해 패달을 밟았다. 좀처럼 30을 넘기기 힘들었던 속도계는 어느덧 30을 훌쩍 넘었고 35를 넘었다. 한계에 다다른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마지막 힘을 짜낸 결과 최고속도 기록에는 시속 37.1킬로미터가 찍혀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던 내리막길보다빠른 속도였지만 별 다른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경사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한 내 힘으로 만들어낸 속도이기 때문인듯 했다.

사람은 남이 만들어 준 상황보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자신감을 느낀다고 한다.1분 동안 잠수를할 수 있는 폐활량좋은 사람도30초 동안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강제로얼굴을 잠기게 하는 물고문을 당하면정말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이요법을 쓸 때 굶는것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다. 그러나 없어서 굶는 서러움은 크다고 한다.

내리막길에서 속도는 내가 직접 패달을 밟았을 때보다 실제로는 빠르지가 않지만 체감 속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나의 의지나 노력과는 상관 없이 일이 벌어질때는 비슷한 원리로 주눅이들 수 있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속의 속도계를 마련한다면 상당히 요긴할 것이다.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모르는 일을 당하더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분석한다면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공포는 객관적인 사실에서 오기도 하지만때로는마음 속에서 근거없이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속도계는 자신의 객관적 입장을 가늠해보는 역할도 한다. 패달을 돌리는데만 온 정신이 팔려 있다면 자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달리고 있는지를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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