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시험의 참담했던 결과 때문에 괴로운 기억을 떠올린다는 각오를 하면서 17회 문제를 펼쳤다. 실무는 그 날 왜 그리 꼬였는지를 다시 겪어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아껴두고 있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던 17회 법규 1번문제의 수석 답안을 확인했다. 예비결정이란 목차가 들어가 있어서 내가 잡았던 목차보다 내용이나 전개면에서 확연히 뛰어났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신뢰보호의 원칙으로 끌고 나갔다. 당일날 나 역시 그랬으나뒤늦게 논점이 그게 아니라는걸알아차리고 되돌려 보려 애를 썼으나 지저분하고 어색한 답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문제를 신뢰보호로 쓴 선주누님께 시험이 끝난 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수긍하시고 엄청나게 실망을 하셨다. 하지만 정작 점수가 나오니64점이나 받으시는 바람에 나 스스로도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출제자가 의도한 논점이 무엇이었을까를 확인하는게 너무 두려웠었다. 하지만 두렵다고 무작정 피할수만은 없는 일이라서 늦게나마 확인을 했고 스스로에게나마 명예회복의 계기가 되었다.
'확약이 아니다. 단순히 기계적인확인으로 구속력이 없다.'까지는 수석자와 의견이 일치했으나 예비결정에 대한 목차를 잡지는 못했다. 행정법만큼은 누구보다 자신만만했었는데 한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목차는 토지보상법쪽에 무게를 실어서 수용권의 성질과 관련시켜 사업인정의 재량성과 4조의 법적 성질을 강조하는 쪽이었는데 수석 답안을 읽어보니 그보다는 예비결정이 배점 측면이나 논리전개상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학원 스터디 뿐만 아니라 실전 역시 대마불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든 수험생이 신뢰보호를 썼다면 모두 과락을 줄 수는 없다. 더구나 류지태교수는 돌아가셨으니 말할 것도 없다.동문서답이라도 그 중에서조금이라도 더 잘 쓴 사람은 반드시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18회 이론은 평이한 편이었으나1번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시간을 두고 목차를 잡아봤다. 시산가격 조정과 가격제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될 것 같았는데 수석과 비교해 보니 모자란 바가 없지 않으나 대략 비슷했다. 다만 목차 안을 채워넣기 위해서는 다시 암기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석이 답안 후반부에 제시했던 통계적 기법의 문제점에 대한 임기응변 능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뻔한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실전에서 그정도를 만들어 내려면 목차를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가 난해하면 결국 글씨 빠른 놈이 깡패다.
남들보다 잘 쓰려면 글씨와 계산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글씨는 남들이 실무에 투자하는 시간만큼을 기울여 연습하고 있으나 아직 모자란 바가 너무 많다. 날려써도 모양과 크기가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연습을 해야 한다. 크기는 왠만큼틀이잡혀가는데 모양과 속도는 아직 답답한 면이 많다. 글씨 때문에내공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글씨는 하루에 3시간 정도로 제한하는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9월 전까지만 바로 잡으면 성공이라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시험 당일은 손이 떨려서 계산기 실수를 너무 여러번 했었다. 같은 수식을 4,5번 고쳐치기도 하고, 중간에 -값이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기도 했었다. 양손잡이라 왼손으로 치는건 상관없는데 손가락들을 어떻게 운용할까가 문제다.
예전부터 3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샤프에서 Ti계산기로 넘어오면서 오타가 확실히 줄긴 했지만 0처럼 자주 쓰는 버튼을 가장 둔하고 무딘 왼쪽 넷째 손가락으로 눌러야 하기 때문에 오류가 많다. 한손가락으로 누르자니 속도가 좀 떨어지는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자판을 보지 않고 치는게 낫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컴퓨터 키보드는 106개나 되는 버튼을 보지 않고 칠 수 있다. 자판 대신 화면을 보고 타이핑을 하는게 오타가 덜 난다. 비슷한 원리로 계산기를 칠때도 자판을 보지 않고 액정화면만 보고 치는건 어떨까는 생각을 해 본다. 별 것 아닌 오타 한방이 투자 타당성 여부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화면만 보고 버튼 누르는 법도 연습에 들어가야 한다. 가라답 연습과는 구분해서 꼼꼼하게 치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 18회 전체 수석은 절대 가라답을 치지 않고 무조건 정확하게 계산했다고 한다. 연습하기 나름일 것이다.
--------------------------------2009.8.10 추가--------------------------------------
예비결정이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는 것을 이 때 당시에는 몰랐었다. 아직도 실력자 중에 17회가 예비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인 이 당시에 몰랐던게 죄는 아니었다.
참고로 예비결정이 아닌 이유는 예비결정이란 개념상 행정행위지만, 건교부의 회신은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