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생각 2009. 6. 20. 01:41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다섯가지 근본 법칙"이란 책이 있다. 도서관에서 빌렸봤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고 인상 깊은 책이었다. 현재 "즐겁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시판중이다.

책을 한번 읽고 나면 다시 찾지 않는 편인데 그 책은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그 책을 읽었던 당시에는 이미 몇해 전에 절판된 상태였었다. 손글씨나 워드작업을 해서 필사본을 하나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100페이지나 되는 분량 때문에 선뜻 시도할 수 없었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절판 후 몇 권 안남은 재고를 발견하고구입할 수 있었다.

저자가 출판을 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취미 삼아 쓴 글인데 그 글을 읽어본 필지친구들의 권유로 출판하 되었다. 책으로 출판되기 전에는 필사본을 만들어 돌려 본 친구들도 많았다고 한다.

주장은 흥미롭지만 구체적인 근거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설득력 측면에서 다소 허술해 보이는 면도있다. 그러나 책의 태생이지극히 비공식적이었다는점을 이해하고재미있는 주장들을 즐기면 된다.

"다섯 가지 법칙" 중에서 요즘 들어 가장 절실히 느껴지는 것은 '시그마'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란 자기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으면서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어리석음은 사람의 지위나 계층 등과는 관계없이 어느 집단에서나 일정 비율 존재한다. 그 비율을 저자는 '시그마' 라고 칭한다.

노벨상 수상자, 교수, 청소부 등등 서로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계층을 조사 분석 하더라도 '시그마'의 비율은 모든 계층, 집단에서 동일하다. 보통선거제도 때문에 시그마는 지배계층에서도 일정비율로 고정되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을 선출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인데 어리석은 사람도 투표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리석은 사람들도 지배층으로 선출된다.

그 글을 처음 읽었던 당시에는 설마 청소부나 노벨상 수상자나 어리석은 사람의 비율이 같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요즘은 완벽히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시그마'는 어느 시대에나 고정되어 있는 비율이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들이 이들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교수나 노벨상 수상자 같이뛰어난 집단원들 중에도 '시그마'는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

탈무드를 보면 뱀 머리와 뱀 꼬리가 싸우는 우화가 있다. 유태인들 역시 오랜 역사를 통해'시그마'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그것을 그들의 우화로 만들어 집단적 규범으로 내면화 하였다.





-----------추가---------------------------

1.

들은 이야기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평생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 보지 못하고 부인이 돈을 벌어서 먹여살렸다고 한다. 그러다 얼마 전 구청 주차장에서 공공근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평생 처음으로 월급 받고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를 보고, 장애인이 주차장에서 일 하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냐고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2.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 중에 파리를 때려잡은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한 동물 단체는 오바마에게 파리채를 선물했다고 하는데 그 파리채는 파리를 때려 죽이는게 아니라 파리를 생포해서 집 밖으로 내보내는 물건이라고 한다.

파리를 죽이는것이 인도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파리는 해충이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해줘도 알아 듣지 못한다.
인간이 언제부터 해충들 사정까지 배려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다양성이란 존중 받아야 할 가치이지만, 그래도 해충은 어디까지나 해충일 뿐이다.


3.

가스불의 온도는 대략 1000~1200도라고 한다.

주전자 밑바닥, 즉 주전자와 가스불이 맞닿는 곳에 유성매직으로 '1번'이라고 썼다.
커피 타느라고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이틀째 되는 날 커피 물을 또 끓였다.
1000도가 넘는 온도에 유성매직으로 쓴 '1번'을 10분 가량 직접 노출시켰으나 주전자 바닥에는 1번이라는 숫자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유성 매직 잉크는 마르기 전에는 인화성 물질이다. 용매인 기름이 기화하고 나면 인화성 물질이 아닌듯 하다.
혹은 마르고 나서도 인화물질이지만 주전자의 열전도성때문에 열이 주전자 전체에 분산되고, 담겨 있는 물은 100도까지만 올라가기 때문에 냉각수 역할을 하여 발화 가능 온도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간단한 실험으로 물속에서는 온도가 높이 올라가도 금속표면에 유성매직으로 쓴 '1번'이 타서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놓아도 시그마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성에 대해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의 품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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