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영업 비밀

낙서 2010. 11. 18. 02:39
tv에서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보면 식재료와 주방을 소개하고 조리 장면을 공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리 과정 마지막 쯤 주인이 '이 부분은 우리집 맛의 비밀이니까 찍으면 안된다'고 촬영을 거부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기에 대단한 재료를 첨가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만화 쿵푸팬더를 보면 국수집의 요리비결이나 전설의 무술 비급같은것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장면이 있다.

비밀이라는 그 비결은 아주 간단하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아주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드는 방법(예를 들어 송이버섯을 갈아 넣는다든지, 마늘과 한약재를 20번 넘게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라면 공개를 하더라도 따라할 만한 경쟁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개한다고 해서 그 식당에 실제적인 손해가 생길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다.
혹은 설탕이나 화학 조리료를 듬뿍 넣는 등, 사람들이 알면 싫어하게 될 만한 방법이기 때문에 공개를 거부하는 것 일 수도 있다.

삶은 닭가슴살은 식어서 미지근해지면 비린내가 나서 먹기가 거북해 질 때가 많다. 비릿함에 비위가 상해서 한동안 닭가슴살을 먹지 못하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먹으면 덜 불편할까를 고민하다가 소금 대신에 닭고기맛 분말로 간을 맞춰서 삶아봤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밍밍하고 비릿하고 투명했던 육수는 노르스름하고 고소한 닭곰탕 국물오 변신했다, 고기도 닭곰탕 고기처럼 맛이 좋았다. 소비자들이 천연 오렌지즙 그 자체보다는 오렌지 즙에 오렌지 합성착향료를 첨가한 주스를 더 맛있어한다는 오래전에 TV에서 봤던 장면이 생각났다.
식당에서 닭가슴살과 닭고기맛 분말을 사용한다면 기름기를 제거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기름기는 없지만 진하고 구수한 닭곰탕'을 재료비를 덜 들이면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담백하고 진한 닭곰탕의 비결'은 700그람에 2400원 밖에 하지 않는 닭고기맛 분말이다. 이런 건 알려지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손님들이 알게 되면 불편해 하기 때문에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비밀이 된다.





추가: "손맛"에 대한 생각

초밥의 달인들은 항상 250알 정도의 밥알을 잡는다. 밥알을 세어보거나 무게를 달아보지 않더라도 오랜 반복과 수련으로 익히게 된 솜씨이다.

손맛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간을 맞추는 일인데, 오랜 시간 숙련된 요리사의 손끝의 감각에 달려있다. 밥알을 쥐는 초밥요리사나 소금을 쥔 할머니 모두 고도로 훈련된 손의 감각에 의지했을 뿐이다.
밥알 250개를 일일이 세어 보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반적인 음식의 손맛은 주방용 계량저울과 계량컵, 타이머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연이 가능하다.
Posted by 누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