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어린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치는 어린 아이들은 별로 창의적이지도 않고 상상력도 풍부하지 않다. 창의와 상상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측면이 큰데 아이들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의 입장에선 식상한 것들에도 감탄하고 모방하곤 한다.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의 말과 놀이가 어른 입장에서는 참신하기보다는 진부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기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감탄의 대상들이 사실은 낡아빠지고 틀에 박힌 것들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나의 기억을 예시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2학년 때 '오곡이 익어가는 계절에 가정은 평안하신지요' 라는 상용구로 시작하는 가정통신문을 보고 그 표현력에 놀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참신함을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참신함은 창의력이나 상상력보다는 원리 원칙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서 변형되고 고착된 기존의 비틀어진 관습을 깨는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기존 경험과 편견이 적어서 원칙에 벗어난 불합리한 행태를 봤을 때 "저건 왜 그래야 해?"라고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이런 지적은 기존의 왜곡된 인습에서 벗어나 기본과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관점과 해결책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