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경영통계학을 배울 때 자연로그를 사용해봤던 때였다.
별다른 설명 과정 없이 컴퓨터 명령어로 넣은 것 뿐이라서 x축의 증가에 따라 y축의 기울기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필요할 때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함수 정도로 느꼈을 뿐이다. 지수의 반대 효과를 내는 용도로 로그를 쓴 셈이었는데 상용로그를 쓰지 않고 굳이 문과생으로써는 생소한 자연로그를 쓰는지 이유는 전혀 알지 못했었다. 공학용 계산기에 달려있는 ln버튼을 보면 예전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이런 저런 책들을 보다가 2.71828.... 이라는 숫자 e가 자연상수로 불리고 그 숫자가 어떤 원리로 도출되는지, 그리고 e를 로그의 밑으로 취하면 자연로그 ln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수식을 쓰지 않고 설명한다면, 1년 후에 원금과 이자의 합이 2배가 되는 투자안이 있을 때 투자기간을 무한히 줄이면서 복리로 무한히 원리금을 재투자하면 1년 후에 얻게 되는 원금과 이자의 합이 원금의 e배다.
개념을 알게 된 후에 느낀 건,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었다. 1년에 두배로 불어나는 투자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본의 증가율이 1이 아닌 경우 저걸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수함수를 미분하면 자기 자신이 되는 수라는 설명 역시 와닿는 바가 없었다. 지수함수를 어떻게 미분하는지 자체가 감도 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최근 어떤 블로그 글을 보다가 증가율(=이자율)이 1(=100%)이 아닌 경우 e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설명을 보니 원리가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나중에 잊어버릴 것 같아서 적어 본다.
e = $\lim_{n \rightarrow \infty} \big(1+ \frac{1}{n}\big)^{n}$
만약 증가율이 0.1이라면
$\big(1+ \frac{0.1}{n}\big)^{n} = \big(1+ \frac{1}{10n}\big)^{10n\times\frac{1}{10}}$ 인데
$\big(1+ \frac{1}{10n}\big)^{10n} = e$ 이므로 $\big(1+ \frac{1}{10n}\big)^{10n\times\frac{1}{10}} = e^{\frac{1}{10}}$
(n이 무한히 커봤자 최대로 커질 수 있는 한계는 e이기 때문에 n 대신 10n이 들어가도 결과값은 e)
따라서 일정 기간에서 증가율이 r인 경우 연속 증가율은 $e^{r}$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이자율이 5%일 때 1년간 끊임없이 기간을 짧게 분할해서 재투자와 회수를 반복하여 1년 후에 얻게 될 원리금의 합은 $e^{0.05}$ = 1.051271....이다. 무한한 부지런을 떨어서 얻게 되는 이익은 0.1271....%이다.
운좋게 알게 되었는데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조만간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남긴다.
--------------------- 추가 -------------------------
이런 e의 성질로 오일러 등식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오일러 등식은 $e^{i\pi}+1 = 0$인데 이는 $\lim_{n \rightarrow \infty} \big(1+ \frac{i\pi}{n}\big)^{n} = -1$로 표시할 수도 있다.
n은 무한히 크기 때문에 복소평면에서 원점과의 거리를 뜻하는 $e^{i\pi}$의 절대값은 1이다.
$e^{i} = \lim_{n \rightarrow \infty}\big(1+ \frac{i}{n}\big)^{n}$
이는 복소평면상 원점에서 반지름 길이만큼 회전시킨 호의 끝이 위치한 점이다. (편각 1라디안)
$\pi \times$ 라디안 = 180도를 뜻하므로 $e^{i\pi}$는 복소평면 원점에서 편각 180도 절대값 1인 -1이 된다.
이 원리로 복소평면의 극좌표 z를 쉽게 표시할 수 있다.
z= $re^{i\theta}$
r = 원점으로부터의 거리 $\theta$ = 편각(라디안 단위)
이것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