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13.tistory.com/525 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글을 써놓고 찜찜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아서 뒷 수습을 하고 싶어졌다.
'될 놈 될'은 수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안될 놈'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1. 대다수가 가는 길이다. 포기하면 편하다.
2. 실력이나 매력을 올려서 '될 놈'으로 진화한다.
3. 강한 멘탈과 추진력으로 될 때 까지 시도한다.
이 글은 3번 방법에 대한 것이다. 숙명적으로 '될 놈'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될 놈'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편이다. 노력에 대한 성과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얻게 될 결과 역시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이런 험난한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앞선 글에서 사용했던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겠다. '안될 놈'은 탐색 단계에서 긍정적 징후를 볼 가능성이 30.4%이다. '될 놈'의 경우는 66%인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30.4%의 경우에도 성공 확률은 2.3%일 뿐인데, 그래도 징후가 나빴던 나머지 69.6%의 경우에 비하여는 꽤 좋은 수치다. 69.6%의 경우 성공 가능성은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0.01*0.304) ÷ (0.01×0.304 + 0.99×0.696) ≒ 0.4%
2.3%와 0.4%는 절대값 차이는 작지만 비율로는 대략 6배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다.
30.4%에서의 2.3%의 기회는 나머지 69.6%에서의 0.4%인 경우에 비하여 성공 확률이 약 6배나 높기 때문에 의미 없는 도전 반복 횟수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안될 놈이 500번을 탐색한다고 치자. 그 중 30.4%인 152번은 그나마 확률이 높은 신호가 보일 것이다. 69.6%는 투입 노력 대비 성공 확률이 너무 낮으니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하여 포기하는게 낫다. 모든 기회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69.6% 구간보다는 30.4% 구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약 3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0.696×0.004=0.002784, 0.304×0.023=0.006992)
지난번 글에서 30.4%의 긍정적 시그널이 있을 때 안될 놈의 실패 확률은 97.7%였다.
좋은 시그널이 있는 152번 내내 도전해서 한번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1-0.977)^152 ≒ 97.1%나 된다.
'안될 놈'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될 놈'보다 훨씬 끈질기고 처절한 도전이 필요하다. 남들에게는 '안될 놈이 주제를 모르고 실속 없이 나대고 있다'는 빈축을 살 수는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놈'은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게 된다. 욕하는 사람이 그를 대신해서 살아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될 놈'은 꼴불견이라는 비난을 듣거나 눈총과 비웃음을 당하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뛰고 쓰러지고 또 다시 일어나서 뛰어야만 한다.
다만 유의할 점은 '안될 놈'에게 요구되는 끈질김은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끊임 없이 탐색하고 대상을 선정하는 끈질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선 글에서의 비호감남을 다시 예시로 든다면, 자기와 눈을 맞춰 준 30.4%의 이성에게 호감을 표현하되 상대가 거부 의사를 보이면 곧바로 손절을 하고 즉시 다른 적합한 이성을 탐색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500번 탐색하고 152번이나 시도하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실패 확률이 절대적으로 큰데, 한번 시도할때마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 끈질김의 방향을 잘못 정해서 특정한 한 사람에게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면서 상대에게도 부담을 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앞선 글의 주인공인 매력남은 열번 찍어 안넘어갈 나무가 없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비호감남에게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호미로 나무를 베어야 한다. 호미로도 잘리는 나무를 찾기 위해서는 애당초 안잘릴게 명백해보이는 크고 단단한 나무를 건드리는 것은 시간 낭비, 힘 낭비다. 그나마 잘릴 것 같은 나무를 호미 날로 한번 찍어보고 안될 것 같으면 다른 만만해 보이는 나무를 찾아서 찍어보기를 반복해야 한다. 비호감남은 매력남과 달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못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비호감남의 연인 찾기라는 특정 예시에서 벗어나서 이루고자 하는 다른 목표를 대할 때에도 같은 원리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특정한 한 가지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은 실력과 매력을 향상시켜 '될 놈'으로 진화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안 될놈'이 해야 할 노력이란, 이와는 달리, 유전을 찾기 위해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시추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석유가 없는 곳에서는 아무리 깊게 시추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혹여나 석유가 있더라도 너무 깊으면 채굴이 물리적 또는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는 석유가 있을 만한 다른 장소를 찾아 옮겨서 시추해야 한다. 이것이 '될 놈'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없는 '안될 놈'이 원하는 바를 그나마 성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것은 그가 진지하지 못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시간 투입과 감정 소모로는 하찮은 그의 자질을 벌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러한 제약 하에서 최적의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구책일 뿐이다.
다소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그를 좋아할만한 사람을 찾아내서 사귀고,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보다는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내서 맡는 것이 '안될 놈'이 직면한 현실이다. '안될 놈'을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실패만 반복하는 그를 조롱하기보다는 낮은 확률과 변변찮을 보상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 없이 도전하는 '안될 놈'의 투지와 용기에 응원과 위로를 보내 보는 건 어떨지...
글의 흐름을 매끄럽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라 뒤쪽으로 빼 보았다.
한편 여자들은 자기보다 급이 낮다고 생각한 남자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나타내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다는 속설이 있다. 타인의 호감에 대해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점은 상호성의 법칙에 반하는 것이라서 그 속설이 믿을만한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내가 예상했었던 사고 과정은 이렇다. '꼴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그래, 내가 좀 예쁘긴 하지(잠깐 뿌듯). 어쨌든 용기를 냈는데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서 약간 유감하긴 하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입해보니 여성의 날 선 반응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수학적, 전략적 추론 과정 없이도 자기가 호미로도 잘릴, 그리고 그 따위가 오를 수 있는 하찮은 나무로 그에게 인식되었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것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비호감남이 자기에게 거절당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력없는 다른 여성에게 접근하는 모습까지 보인다면 그 혐오감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특히 그 여성의 자존감이 낮다면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