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은 살상력이 있는 흉기지만 병장기는 아니듯 죽창 역시 병장기가 아니다.
죽창은 살상력은 있지만 얇은 갑옷조차 뚫지 못한다. 그리고 한번 사용한 죽창은 끝을 다시 날카롭게 깎아내지 않는 한 재사용이 어렵다. 때문에 전장에서 갑옷과 병장기로 무장한 적을 상대하기는 무리다.
그리고 현대 정규군을 향해 죽창을 드는 일은 자살이나 다름없다. 적국의 정규군을 상대로 한 싸움은 죽창을 든 민간인보다는 잘 무장되고 훈련된 군인이 맡아야 한다. 기관총 몇 정이면 수 만 명의 아까운 목숨이 사라져버린다. 죽창을 들다가 너무 많은 국민이 총알받이로 소모되어 버리면 국력은 약해지고 적국과 싸워 승리하기는 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죽창은 성능은 형편없지만 만들기는 쉬운 무기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중에게 공급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민간인에게 싸구려 죽창을 나눠주며 무장한 군인에 대항하라 독려하는 것은 대중을 총알받이로 취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죽창은 현대적 병기로 무장한 적국 군인을 상대로 싸울 때 보다는 오히려 전투와 점령이 끝난 후 전쟁에 반대했거나 적국에 부역했던 자국의 민간인 혹은 패배한 적국의 민간인을 다수의 힘을 빌미로 재판 없이 학살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그밖에 자국민에게 차마 발포할 수 없는 공권력을 상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죽창은 전투용 병장기가 아니라 살상용 흉기일 뿐이다. 생활용품인 식칼과는 달리 사람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용도도 없다. 얼핏 압제에 저항하는 용기의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싸울 의지가 충만한 적들 앞에서 죽창을 휘두른다면 상대의 총탄에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죽창은 적극적으로 반격하지 않는 자국 공권력을 공격할 때나, 다수의 전체주의자들이 무장하지 않은 국내의 소수파를 탄압할 때 애용되는 조악한 흉기에 불과하다. 무력으로 저항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상대에게 일방적 폭력을 가하는 대내용 무기라는 점에서는 비겁하까지 하다.
방구석 여포는 집 밖에서는 웃음거리일 뿐이지만 집안에서라면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