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 골목을 지나가는 도중에 꼴사나운 광경을 봤다.
차와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에 어떤 아줌마가 손수레를 끌고 길을 지나갔다.
손수레 때문에 아줌마를 추월할 수 없게 된 뒤 차가 경적을 울렸다. 그러자 아줌마는 차창에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아줌마가 화를 낸 이유는 그 운전자가 경적으로 자신에게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운전자 입장에선 경적을 울리는 것 말고는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대안이 없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줌마에게 욕을 먹지 않고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라는 공상에 빠지게 되었다.
경적을 친절한 버전과 일반 버전으로 구분하면 어떨까?
친절한 버전은 부드럽고 듣기 편안한 주파수대에서 소리가 난 후 경적을 누른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멘트가 뒤따라 나가고, 일반 버전은 기존 경적음을 그대로 쓴다.
친절한 경적을 누르면 상대방은 경적을 누른 사람이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이 단지 비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해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병신 같은 발상이라 말을 길게 끌고 싶지 않음)
어쨌든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사람들은 일반 경적을 들었을 때 상대방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더 화를 내게 될 것이고....(역시 병맛이...)
어쨌든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사람들은 친절한 경적만 사용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고, 일반 경적 안쓰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일반 경적은 생산 단계에서 자연도태되.....(괴롭지만 그냥 계속 써보자)
어쨌든 그렇다고 치고,
일반 경적이 사라지고 친절한 경적만 남게되면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인가는 문제가 남는다.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는다.
경적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가 경적음의 본질이다. 모두가 친절하게 구느라 경적 본연의 기능을 도외시하게 된다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올라간다.
친절한 경적음이 사소한 다툼은 줄일 수 있더라도 큰 사고를 막는데 방해가 된다면 경적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볼 것이다.
써놓고 보니 어떤 공상은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게 나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