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은 톰이 싫었다. 예전에 존의 아내가 바람을 피다가 들켰는데, 상대 남자의 얼굴과 목소리가 톰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존은 권총으로 자기의 아내와 그 내연남을 쏘아 죽이고 살인죄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살던 마을에서 몸만 빠져나오듯 도망나왔다.
새로 정착한 마을에는 톰이 살고 있었다. 존이 톰과 마주칠 때면 톰은 살갑게 인사하곤 했지만 그럴때마다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과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톰이 과거 존의 아내의 내연남과 닮은 것은 톰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를 살해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업보였다. 그래서 톰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고 자기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톰을 피하려 하는 자신의 태도에 일말의 미안함도 있었다. 다만 그를 마주치면 하루 종일 괴롭고 밤에는 잠이 안왔다.
존은 고민 끝에 주변을 정리한 후 마을을 떠나 숲으로 들어갔다. 매일 톰을 마주치며 마음 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숲속에서 사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고생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를 벌하는 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하여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사냥과 벌목으로 자급자족을 했다. 숲 생활에 익숙해져가던 어느 날 존은 톰을 숲에서 마주친다.
존: 여긴 웬일인가?
톰: 마을 생활은 너무 팍팍해서. 동네 사람들은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고.. 자네가 숲에 들어와서 혼자 사는 걸 보고 나도 마을을 떠날 용기를 얻었어. 지금은 근처 동굴에서 지내고 있는데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 것만 빼면 지낼만하네.
존: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나는 마을이 싫어서 여기 온게 아니야. 자네를 보기만 해도 심신이 불편해서 자네로부터 도망나온 거야. 자네를 미워하는 건 아냐. 그런데 자네를 보면 기분이 나쁘고 밤에 잠이 안와. 물론 그건 자네 잘못이 아냐. 그래서 마을에선 싫은 티를 전혀 내지 않았어. 미안하지만 다른 숲을 찾아보는 건 어떤가?
톰: 내가 뭘 어쨌다고 나를 그렇게까지 싫어해?
존: 미워하는 건 아니야. 자네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싫은건 아니야. 자네 잘못은 없어. 그냥 내가 좀 성격이 이상한 셈이지. 싫다고 말한 게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톰: 이유 없이 혐오를 당했어. 사과를 받아도 기분이 별로 나아지지 않아. 말은 안했지만 마을을 떠난 자네의 용기를 보고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내가 그렇게 싫은 진짜 이유를 말 해 줄 수는 없나?
존: 내가 그 이유(과거의 괴로운 기억)를 굳이 자네에게 말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을 거야. 입 밖에 꺼내기까지 하면 더 심하겠지.
톰: 저 동굴은 내가 몇 달을 돌아다니며 겨우 찾아낸 최고의 장소야. 단지 자네가 나를 보기 싫단 이유만으로 포기할 수는 없어. 내가 그렇게 싫으면 자네가 이 곳을 떠나게.
존: 내가 먼저 왔잖아.
톰: 먼저 왔다고 해서 당신에게 이 숲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가 생긴건가?
존: 알았어. 그럼 난 마을로 돌아가지. 내 오두막 쓰고 싶으면 쓰게. 장작도 많이 만들어 놨으니 겨울 날 때 요긴할 걸세. 대신 내가 마을에 있을 때 마을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톰: 돌아가고 말고는 내 마음이지. 자네가 나를 혐오한다는 이유로 내 자유를 제한할 권리가 생기는건가?
존: 부탁하는걸세.
톰: 고려하겠네. 하지만 앞 날의 일은 장담할 수 없는 법이지.
존은 답답함과 살의와 부끄러움을 느꼈다.
2.
그는 개 공포증이 있었다. 그가 전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그 옆자리 흑인의 옷에는 곳곳에 애완견의 털이 몇 가닥씩 붙어 있었다. 그는 자기 옷에 옮겨 붙을까 전전긍긍 하면서 개털이 뭍은 옆 사람의 옷가지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마침 맞은편 자리가 비었고 개털을 피해 그는 도망치듯 그 자리로 이동했다.
흑인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생각하며 모욕감을 느꼈다.
3.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다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를 싫어한다. 옆자리에 어색한 화장을 하고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팔짱을 낀 남자 둘이 앉았다.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기에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그들 사이를 갈라놓거나 해를 끼치겠다는 식의 악의는 없었지만 그들이 옆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차별은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금기가 싫어함을 참아낼 것을 요구해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을 느꼈다.
싫어하는 것 자체가 문제니까 싫어하는 생각을 버리도록 교육을 받으라는 식의 강요를 아직 받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4.
김oo(42세 주부): 나는 김치가 싫어요. 냉장고에는 있는데 나는 안먹어요. 맵기도 하지만, 상한 생선 냄새가 나거든요. 내가 느끼기에 썩은 냄새 같다는데 왜 나를 욕해요? 나는 매국노도 아니고 사대주의자도 아니에요. 단지 김치에서 나는 냄새랑 맛이 싫다고요.
5.
최oo(29세 사무직): 나는 오이가 싫어요. 김밥에 오이가 들었으면 당연히 오이는 빼버려요. 오이가 닿았던 밥알에 남아있는 오이 냄새도 싫어할 정도예요. 그쪽도 오이가 싫다고요? 오이는 굳이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대놓고 싫어한다고 말해도 욕 먹지 않아서 편해요. 우리가 오이를 잡아먹지 않으니 오이도 우리를 덜 무서워할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