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드 규격의 VR을 구입한 계기는 큰 디스플레이를 따로 구입 않으면서 기존 대형 오디오를 활용하여 최소 비용으로 영화관 분위기를 내보려는 목적이었다. 막상 착용해보니 무겁고 눈도 쉽게 피곤해져서 반시간 이상 쓸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게다가 영화는 화면비율이 가로쪽이 큰데 화면을 반반씩 사용하는 VR의 특성상 전체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1/6정도의 효과 밖에 날 수 없기 때문에 영화 감상용으로는 부적격이었다. 헛돈을 썼다고 여기며 금방 포기했고, 몇 달 고민 끝에 큰 TV를 구입해서 사용중이다.
용도가 없어진 VR은 애물단지 상태로 일년 정도 방치했었다. 그동안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무상분양할 생각이었으나 달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와중 최근 우연히 3D VR 전용 영상 파일들을 몇개 구했고 VR의 진정한 매력을 늦게나마 느낄 수 있었기에 사용기를 남긴다.
내가 입수한 파일은 360도 3D영상이다. 유튜브에서 VR용 영상을 찾다 보면 360도와 3D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분리되어 있었으나 3D를 지원하는 최신 장비로 촬영하면 구현이 가능한 것 같다.
VR전용 영상은 영화와는 달리 전체 해상도의 절반 가까이를 사용하는 효과가 있어서 영화 감상용보다는 해상도 문제가 크지 않게 느껴졌다.
3D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소 회의적이었다. 3D TV용 3D 영상을 3D TV로 봤을 때 입체감은 실제 물건을 보는 느낌보다는 평평한 판넬에 그려놓은 그림들을 원근감 있게 배치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어색한 3D효과는 TV가 아닌 VR로 같은 영상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 그런데 VR용으로 나온 360도 3D 영상은 TV용 3D 영상과는 달리 실제 입체감이 느껴졌다. 대상들이 평평해 보이지 않고 양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2. 가장 확실하게 현실감을 느낀 것은 대상이 눈 앞 20센치 이내에 들어올 때였다.
3. 1미터 이내의 대상도 실제 같아 보이는 느낌은 있지만 20센치 이내에 있는 대상과 비교하면 몰입감에 있어 차이가 제법 크다.
4.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섞여 있으면 몰입감이 크게 떨어진다.
5. 대상이 시야에서 멀리 있을수록 현실감과 입체감이 급락하는데 이는 해상도 때문이다. 영상을 2D로 펴서 보면 멀리 있을수록 대상이 극단적으로 조그맣게 처리되어 있어 그만큼 정보량이 작아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풍경 감상용으로 VR은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 지금보다 고해상도인 디스플레이는 필수적이다. 또한 대상이 멀리 있을수록 입체감이 떨어지는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먼 산을 보는 용도로 굳이 3D촬영을 할 필요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교적 근거리를 다루는 건물이나 유적 내부를 감상하기는 용도로는 3D를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
6. 서핑이나 스키, 롤러코스터 같이 스릴을 느낄 만한 영상에도 아직은 적합하지 않다. 핸드폰의 자이로 센서가 실제 움직임을 동시적으로 처리하지는 못해서 움직임에 시차가 생기고 LCD는 잔상효과가 있어 고개 돌리거나 화면이 빠르게 변할 때(롤러코스터, 자동차 경주) 몰입감이 크게 떨어진다. OLED는 잔상효과는 없는데 펜타일 배열 때문에 LCD보다 모기장 효과가 도드라져서 현실감이 떨어져 보인다.
(풍경도 스릴도 아니면 난 뭘 보고 VR의 매력을 느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