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주먹을 펼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손을 만지면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쥐고 펼 수만 있었던 조그만 그 손은
조잡한 노리개 같아 보여
잘라내도 그 자리에 그대로 돋아날 것만 같았다.
장난감 같아만 보이던 귀여운 그 손은
물장구도 치고
젖병도 잡고
숟가락도 잡고
무언가를 가르키기도 했다.
잘라내면 다시 돋아날 수 없어 보이게 된 그 손은
연필을 쥐게 되겠지.여러 종이들을 만지게 되겠지.
때로는 다치고 아물고 하겠지.
언젠가 또 다른 손을 쥐게 되겠지.
차마 놓지 못하고 버틸 때도 있겠지.
내 손가락을 꼭 쥘 뿐이었던 그 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