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는 오래되어 쭈글쭈글해진 작은 무 한조각이 있었다.
무는 너무 달았다. 국을 끓이면 설탕을 풀어넣은 것 같은 맛이 났고 김치나 나물용으로도 적절치 않았다.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가 작은 고민이었다. 먹을걸 버리면 안된다는 소신도 작용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그냥 썰어 먹어치웠다. 먹어치웠다는 말은 적절치 않았다. 워낙 달아서 과일을 먹는 것 이상으로 꽤 맛이 있었으니까.
쓸모없어 보였던 무가 맛있었다는 점에 관해 상투적이거나 억지스런 교훈을 굳이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