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신문을 읽다보니 전경련 비슷한 단체에서 토크 콘서트를 했다는 기사를 봤다. 연사는 3명이었다는데 그 중 한사람이 열정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그는 헌책방이나 도서관 책장에서 독자를 찾지 못한 채 꽂혀 있을 철지난 자기계발서를 펴면 볼 수 있는 문장을 기어이 입 밖으로 뱉어냈다.

'당신의 열정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그에 대한 대답은 용팔이들이 대신 해 줄 수 있다.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50만원을 부르든 5000억원을 부르든 시장 경제에서 가격을 부르는 건 파는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부르는 가격이 곧 가치가 되는 건 아니다.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수요가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결정된다.


A: 나의 열정은 1조 7400억원입니다. 사시겠습니까?

B: 대단하군요. 그렇게 크게 책정한 견적서를 보고 싶군요.

A: 명품에 원가가 중요합니까? 이 양반이 몽블랑 만년필 재료가 플라스틱이라고 3천원 내고 사려고 할 기세네.

B: 몽블랑은 100만원 주고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그 값을 부를 수 있지요. 귀하의 열정을 그 값에 사겠다는 사람 잘 찾아보세요. 저는 그 값을 감당하거나 납득할 수 없습니다.

A: 잠깐만요. 그럼 얼마까지 알아보셨나요?

B: 파는 사람이 알아야지 살 사람이 값을 어찌 알겠습니까? 견적서 주시면 합당한지 판단해 보겠습니다.

A: 그냥 월급을 받으면 120만원인데 열정페이로 받으면 50만원이니 제 열정의 가격은 월 70만원인가 봅니다. 그런데 열정 때문에 가격이 깎였으니 마이너스 월 70만원으로 봐야 할지도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그런데 열정이란 단어는 동음이의어 같기도 하네요.

B: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도 혼란스럽고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은데도 아직 1조 7400억원을 고집하시렵니까? 그리고 굳이 열정적으로 일하겠다고 유난 떨지 않더라도 돈 받고 일하다보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은 녹초가 되기에 충분할만큼 들어오곤 하지 않았나요?

A: 글쎄요. 열정이 있으면 시련을 당하더라도 극복해낼 수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제 열정의 가치는 50만원쯤 되나 봅니다. 엿같은 일을 당하더더라도 그 정도 돈을 쓰면서 재미있게 즐기다 보면 나쁜 기분을 잠시 털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가치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는 아직 헷갈립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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