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낙서 2015. 4. 28. 01:18

미국의 각종 선거 결과를 보면 전통적으로 각 주마다 선출하는 정당은 거의 일정하다. 지역 감정을 떠나 특정 주 주민은 대체로 특정 정당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사형 제도를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굳이 텍사스 주를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지방 자치를 강화하여 외교와 국방만 중앙 정부가 담당하고, 각 지역의 재판권을 포함한 자치권과 징세권 및 재정 자립도를 연방제 수준으로 승격시키키면 어떻게 될까.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지역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생각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게 되어 뜻이 다른 사람끼리 부딪혀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만나지 않으면 싸울 일도 없다. 대화와 타협은 의도는 좋지만 실제로 어떤 정책을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밤샘 토론으로도 해결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논쟁 자체가 서로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설픈 타협안보다는 각자의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서로 참견하지 않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자치권을 강화한 연방제를 시행하면 기업들이 대개는 신규 투자를 우파 정책을 펼치는 지역에 하고 좌파 정책 지역의 기존 설비에 대해서는 출구 전략을 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간 일자리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민들이 좌파 정책을 선호하는 지역은 그 지역대로 협동조합이나 자급자족 공동체, 보편적 복지를 통한 성장,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 등 기존과 다른 방식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의 정책을 채택한 지역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일반 국민들이 자기의 정치적 경제적 성향에 맞는 지역을 선택해서 거주할 수 있으면 일상 생활과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다툴 일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각 지역이 정책 대결을 벌인 결과를 비교해보면 어떤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인지를 검증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변경에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면 기존보다 더 적합한 정책으로 변경하는데 주민의 지지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어 지역의 현안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낙후된 지역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 수도권 거주자들은 자기 성향과 무관하게 수도권에 남고 싶어할 것이다. 공정성을 위해 전 국토를 수도권 못지 않은 환경으로 균형 발전을 시키거나 수도권의 분할 또는 수도권 못지 않은 인프라를 갖춘 다른 지역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곳은 심씨티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전제 조건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깊이 파려고 하다 보면 몽상은 대개는 이런 식으로 끝나곤 한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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