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애플이 삼성을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내 IT 뉴스를 기억해보면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디자인은 아이폰 전에도 있었고, 각진 삼각형 전화기를 만들어야 소송을 피할 수 있느냐 라는 식의 비아냥대는 투의 기사와 덧글이 많았다.

 

사실 그 소송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당시에는 애플이 품질로 경쟁하는 것을 거부하고 너무 치졸하게 구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몇 해 전 명절 때 친척 동생들이 모이고 핸드폰들이 방바닥에 널려있는 것을 보고 애플이 억지를 부리는것만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기에 아이폰 3gs와 갤럭시s는 크기와 홈버튼 모양을 제외하면 거의 똑같아 보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의 논지를 기억해보면 둥근 모서리와 홈버튼, 길쭉한 스피커, 크롬도금 테두리, 사각형, 전면 유리 등이었다.

모서리는 무조건 각져야 하느냐?라고 시비를 걸면 답이 안나온다. 원호의 반지름이 어떻다는 식의 논쟁들도 봤던 것 같다. 모서리가 둥글기만 한 건 문제가 안된다. 사각형을 피하기 위해서 별모양이나 세모난 전화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개개 조건들 하나씩으로 시비를 걸면 병림픽이 펼쳐질 뿐이다.

 

다만 각 특성들을 OR조건이 아니라 AND조건으로 하면 디자인은 거의 한가지 이미지로 귀결된다.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에 크롬도금 테두리를 한 전면 유리로 덮힌, 하단 중앙에 홈키가 붙은 전화기라는 제한 내에서 어떻게 해야 아이폰3gs와 닮지 않은 전화기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되는 듯 하다.

사회적으로 종종 물의를 일으키는 '갑'이라는 집단이 A라는 주장을 한다고 가정하자. 마침 어떤 개인도 A라는 주장을 한다. 그 개인에 대해 "당신은 A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많은 '갑' 집단의 일원일 것이다." 라고 단정하여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A라는 주장 이외에 다른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도 '갑' 집단 사람들의 주장과 같은 견해를 일관되게 견지한다면 그가 '갑' 집단의 일원이거나 '갑' 집단에 포섭되었을 것으로 의심해 볼 수는 있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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