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짧은 글 2014. 4. 25. 01:06

얼마 전에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봤다. 2003년작인데 개봉 당시에는 평론이 시원치 않아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얼마전 IMDB스코어를 보고나서 꽤 볼만한 영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보게 되었다.


개봉 당시 평가가 나빴던 이유는 반일 감정과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물질 문명의 발달 정도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사고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 방식은 어디나 비슷하다. 바보들, 도적들, 신선들만 모여 사는 세상은 없다.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피상적으로 신비화시키거나 무지몽매하거나 평화롭거나 지혜롭게 묘사하는걸 보는건 짜증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는 꽤 재미있게 볼만했었다. 카츠모토가 다스리는 사무라이 마을의 일상을 보니 비슷한 느낌이 든 영화가 떠올랐다. 무인 곽원갑이 시골 마을로 들어가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상처를 치유하고 정신적 성숙을 이루는 장면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서양의 문제 뿐만 아니라 목가적 삶(아직 과학화, 산업화 되지 않은)에 대한 막연한 동경내지 폄하와도 관련이 깊어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시각 뿐만 아니라 동양인들 사이에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막연한 희망으로 시작한 귀농이 실패로 돌아가는 사례나 시골 사람이 더하다는 푸념이 떠오른다. 도대체 뭘 기대했길래...


실체가 확실치 않은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이란 개념 때문에 볼만한 영화를 한 편 놓칠뻔 했다는게 씁쓸하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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