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행복

낙서 2013. 9. 26. 16:34

6개월간의 중국 동북부 출장은 회사의 일방적인 지시였지 그가 원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곳은 낯선 타지였다. 비즈니스 문화가 달랐고 업무는 고되었다. 사회 인프라도 너무 부족했다. 일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허허 벌판만 있을 뿐이었다. 물 맛도 이상하고 식사도 전혀 입에 맞지 않았다. 중국 불량식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밥을 먹을 때 마다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도 뜸해졌다. 그는 곧 향수병에 빠졌고 일상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업무 시간이 끝나고 지역 시장을 들렀다. 거기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곤충 튀김이 있었다. 그는 호기심에 전갈 튀김을 사 먹었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그 전갈 튀김이 그의 입맛에는 너무 맛있었다. 그가 중국 출장을 오지 않았더라면 그 맛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느껴 본 긍정적인 감정이었다. 자기 식성에 딱 맞는 음식을 찾아냈고, 그것이 중국 생활에서의 유일한 낙이었기에 그는 기회가 될 때 마다 시장에 들러서 전갈 튀김을 사 먹곤 했다.


출장이 끝나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울감은 사라지고 다시 활기찬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는 중국에 가지 않으면 전갈 튀김 맛을 다시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튀김을 먹는 게 삶의 질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 생각했다. 너무 진절머리가 나서 장기 출장은커녕 여행으로도 중국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출신 부대가 있는 방향으로는 오줌도 누기 싫은 예비역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마땅한 전문 인력이 없었고 그에게 다시 중국 발령을 내리면 사표를 쓰지 않는 한 거부하지 못하고 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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