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속으로는 개봉 전에 영화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래서 상영 당시 그 영화에 대한 흥미를 전혀 갖지 못했었다. 현재 네이버 영화에서 전문가 기자 점수는 3.75점이다. 상당히 낮은 점수다. 다른 말로는 매우 신경질적인 점수라고 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점수인 영화를 찾아보니 가문의 영광3가 4.25점이고 투사부일체는 4.00점으로 포화속으로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론가 점수 3.75보다 점수가 낮은 영화는 찾아내기가 만만치 않은데 가문의 영광4가 3.50점이다.

평론가 점수만으로 봤을때는 킬링타임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아까운 쓰레기 영화라고 생각해도 된다.


얼마 전 TV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꽤 멋진 국내 영화 전투신이 나와서 계속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영화가 포화속으로 였다. 비슷한 소재의 태극기 휘날리며나 고지전 수준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으나 그런대로 볼만은 했었다. 가문시리즈나 두사부 시리즈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평가를 받는건 뭔가 부당하다 느껴졌다. 특히 가문시리즈, 두사부 시리즈는 네티즌 평점과 평론가 평점이 모두 낮고 악평 일색이나 포화속으로는 네티즌 평점이 8.23으로 평론가 점수와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점수를 매긴 평론가의 평가를 보니 모두 반공주의에 대한 알러지가 발동한 듯 하다. 특히 한겨레 신문 계열사인 씨네21의 활약이 돋보인다. 영화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의해 점수를 줬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어떤 평론가는 스펙터클을 인정하면서도 비주얼 점수를 5점으로 줬다. 그냥 보기 싫은 영화가 나와서 미워 죽겠다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평론가들이 비싼 정훈교육 영화 운운하며 경기를 일으키는 반공주의는 아닌 듯 하다.

인민군은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니다 라면서 인민군을 짐승처럼 그려놓은 포스터를 찢는 장면을 보면 학생들을 움직인 힘은 반공정신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반공이라기보다는 안보와 애국이 주제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학생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동기가 반공사상 때문이었다면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어야 했는데 영화상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침략자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단순한 우국 충정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사상적 신념이 투철하거나 이념에 의한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북한 지역 주민이었더라면 단지 애국심 하나만으로 인민군 지휘하에서 목숨바쳐 싸웠을 것이다.


영화의 주제가 애국심이면 무조건 고리타분한 탑골공원 영감님이나 가스통 할배 또는 '어버이연합' 취급을 해야 할까?

영화 '진주만'은 스토리와 드라마가 빈약하고 애국심을 강조하고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한다는 점은 포화속으로와 비슷하다. 진주만은 틀림없이 볼만한 영화고 애국심 강조하는게 쉰내난다고 평론가가 쓰레기 취급을 하지는 않았다. 상영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오락성은 확실히 인정받았다. 맬깁슨이 출연한 위 워 솔져스 역시 애국심을 강조했지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는 동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

6.25 당시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다. 대한민국은 건국한지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았고 북한보다 사상이나 정치적으로 우월한 체제라는 점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승만 등 건국 세력을 제외한 많은 지식인들이 아직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 사정은 북한이 좋았고 토지제도 개혁(명목상이지만)도 남한보다 과감하게 시행하면서 다수의 민심을 얻고 있었다.(소수의 38따라지들은 탄압을 피해 월남할 수 밖에 없었지만)

북한은 전쟁을 일으킨 침략자였지만 일제와 같은 외세는 아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전쟁에 패배하면 2년 전에 만들어진 별 다른 매력 없었던 정부는 사라지고, 짧고 느슨했던 분단이 종식되고 다시 1945년 이전처럼 한 나라의 국민으로 돌아갈 뿐이었을 것이다.

포항에서 국군 일부가 학도병과 함꼐 남아서 학생들을 인민군과 강제로 싸우도록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투에 대한 모든 것들을 어린 학생들에게 일임하고 모두 낙동강으로 떠나버린다. '에너미 엣 더 게이트'에서 볼 수 있었던 소련군 독전병이 나오는 장면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80일만에 낙동강까지 밀리는 것을 보면 나라가 금방 망할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 학생들이 굳이 별로 좋은 점도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는 애국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 영화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다.


중국의 문화혁명에 적극 가담한 어린 홍위병이나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어른들을 학살한 소년들, 아프리카 민족 분쟁에서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소년병 등 선동된 틴에이저는 무서운 광기를 보여준다. 이런 광기를 포항에서 목숨바친 학도병과 비교함은 매우 부적절하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 그렇게라도 그들이 목숨 바쳐 싸우게 된 동기를 보여 줬어야 했다. 그러다보면 군사적 목적으로 어린 학생들을 세뇌하여 총알받이를 만든 군부의 비인간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전쟁의 비극성도 강조할 수 있었을테니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면, 실존했던 학도병의 숭고한 희생을 폄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부적절하고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어떤식으로라도 학도병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른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동기를 보여 줬어야했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쟤네들 왜 저렇게 목숨까지 걸고 싸울까는 의문이 들게 된다. 등장 인물과 관객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전투의 공포감과 전쟁의 비극성을 호소력있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총알이 날아 다니고 등장 인물들이 쓰러지는데도 별로 긴장감이 없다. 어린 학생들이 총맞고 죽어 나가는데 별로 짠한 기분이 안든다. 연출력 문제다. 싸우는 이유도 공감 못하고 전쟁의 비극도 별로 공감을 못한다.



그외 자잘한 문제점들은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1. 차승원의 끝판왕 아우라 부족. 쎈 척 하는 미친놈 같아 보일 뿐.

2. 간간이 보이는 탑의 아이돌다운 아이라인

3. 권상우와 친구 단 두명이 기관총 달린 인민군의 트럭 어떻게 탈취할 수 있었을까? 방금 자진입대한 고등학생 2명에게 트럭 핸들을 넘긴 인민군의 인간신뢰 사상 때문? 1950년대 고등학생이 트럭 운전을 언제 어떻게 배웠을까?

4. 동생(김혜성)이 총맞고 죽었는데 형은 형식적으로 슬퍼하는것 같아 보인다. 연기력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5. 1950년에 그렇게 뚱뚱한 아이가 있었을까? 부잣집 도련님 느낌은 전혀 아닌데..

6. 인민군 탱크는 왜 고정된 표적인 학교 건물에 직사포를 쏘지 않았을까?

7. 깡패 두목같이 굴던 권상우는 중간에 한번 싸웠지만 결국 무슨 이유로 중대장 말을 잘듣게 되었을까? 말 잘 듣는게 애국하는 길이라는 신념 때문에?


비슷한 작품성을 보인 영화와 비교한다면 평론가 평점은 5점 후반에서 6점 초반 정도가 적당했을 것 같다. 딱 '마이웨이' 급이다. 마이웨이보다 비주얼이 약했으니 5점 초반까지도 가능할 듯 하다.

영화가 자기가 싫어하는 정치성향을 띈다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한다면 평론가로서의 자질을 포기하는 길이다. 반복되다 보면 평론가의 점수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한편 임상수 감독의 하녀 같은 영화가 거의 7점에 가까운 6점 끝자락인걸 보면 평론가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경계심은 더 강해진다. 참고로 그 작품은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은 했는데 제법 혹평을 받았었다.

한편, 국제 영화제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피에타'나 '박쥐' 평론가 점수를 보면 국내에서 전문가를 자칭하며 폼 잡는 그들 안목도 특별히 내세울 건 없을것 같다. 영화 팬 입장에서 그들이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견을 굳이 존중해야 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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