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라는 단어는 컴퓨터 조립할 때 종종 쓰였고, 디지털카메라나 mp3플레이어의 구체적인 사양을 나타내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예전에 기타를 살 때 같은 회사의 비슷해 보이는 제품 사이에도 가격 차이가 많아서 고객센터에 전화로 뭐가 다른지 문의해봤었다. 담당자는 전자제품과는 달리 뭐가 다르다라고 콕 찝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직접 연주해 보면 안다고 했다.

핸드백이나 만년필, 라이터 비싼 정장 같은 고가품들도 딱히 스팩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

 

몇 년 전 부터 스펙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설명하는데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센스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정성적 요소로 이루어진 인간을 정형적 항목으로 수치화 시키는 세태에 대한 멋쩍은 자기 비하와 풍자 정도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다른 유행어들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유행에 그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펙은 표준어처럼 되어 버렸고,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언어의 힘 때문에 더 그런 세태는 점점 강해지는 듯 보인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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