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장르 문학

낙서 2013. 2. 22. 13:07

아침에 눈뜨자 마자 사는 게 지긋지긋하고 고단하다고 느껴지는 날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죽으면 그만이니까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레파토리처럼 딸려 나온다. 이런 종류의 생각은 몇달에 한번씩 찾아오고 별다른 해답 없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주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 그 몇 주 동안은 하루 하루가 지옥이다.

그래 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야 라고 순순히 인정을 해 버리면 마음이 다소 편해졌는데 이제는 그 것도 별로 안먹힌다. 내성이 생긴 것 같다. 기왕 약효가 떨어졌으니 이제 다시 나는 가치있는 인간이야 라고 마음을 고쳐먹어보는건 어떨까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내가 실제로 가치 있는 인간으로 변하는건 아니겠지만, 그 처방을 다시 써먹을 수 있게 될 수도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볼 만 할 것 같다.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서 문장으로 만들어 본다. 마음 속 문장을 만드는 것과 글로 옮기는 건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의욕과 에너지, 또는 절실함이 요구된다.

굳이 한마디 해 볼까 했다가 예전에 이런 종류의 병에 걸린 상태에서 쓴 글들을 봤다. 지금 쓰려고 했던 글 보다 훨씬 처절하다. 담담하게 쓴 것도 있고, 힘들다는 말은 한마다도 안하면서 비유적으로 다른 말 한 것 처럼 쓴 글도 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장르 문학 같다.


지금 굳이 글을 써 봤자 나중에 보면 천편일률의 연장이면서 수준이 확연히 떨어지는 뻘글이 하나 남을 뿐이다. 그래서 구구 절절한 이야기는 오늘 참기로 했다.

사람의 기질이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종종 이럴거라 예상해 본다.


전에 안썼던 표현을 한가지만 추가해 본다면

나치군에게 체포된 유태인들은 수용소에서 온갖 모멸을 받다가 살해되었다. 체포 당할 당시에 나치군의 총부리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극렬히 저항했더러면 현장에서 총을 맞고 즉사 했을 거다. 차라리 그렇게 끝나는게 붙들려서 고초를 겪다가 죽는것 보다 낫지 않았을까?  체포될 당시 자신의 최후가 정확하게 어떨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순순히 붙들려 갔을까?

인간은 눈앞의 두려움을 일단 피하고 보는 존재이기 때문에....


글을 이어갈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었다. 이 글은 여기에서 그만 쓰고 방치하기로 한다. 힘이 다시 나더라도 이 글을 앞으로 보완할 계획은 없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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