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감상문

낙서 2012. 7. 22. 23:58

예전에 받아 놓고 잊고 지냈던 야동 하나를 하드 구석에서 발견했다. 안 지웠던 이유는 주인공이 꽤 예뻤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그 파일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었다. 주인공은 꽤 유명한 그라비아 모델 출신이라 한다. 실제 나이는 적지 않은 편인데 겉보기에는 프로필 보다 어려보였다. 잘나갔던 그라비아 출신 답게 미모가 출중하다. 내가 가진 파일은 데뷰작이라는데, 이 여자가 남자 물건을 보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꽤 귀여워 보였으나 한편 안쓰럽기도 했다.

진도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주인공이 울기 시작했다. 이 파일이 내 하드에 들어온 지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우는 장면이 있었다는건 몰랐었다. 예쁜 얼굴로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 졌다. 베이컨을 먹은 사람은 돼지를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 돼지가 죽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단순한 연민을 넘어 나 또한 저 여자를 울린 공범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미안해졌다. 자기가 결정해서 계약을 했고 계약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고 출연료도 충분히 받았을텐데 보는 사람까지 심란해지게 왜 울까? 신경이 쓰였다.

 

눈물이 난 이유는 첫 촬영이라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은밀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수치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아직 충분히 둔감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종종 연예계의 등용문 역할을 하곤 하는 그라비아 출신이고 그 중에서도 꽤 잘나갔던 유명 모델이었다는걸 염두에 둔다면 그녀의 입장에 한발짝 더 다가가서 그 심경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녀는 아마도 연예인이 되길 희망했었을 거다. 그 정도로 예쁘니까 정식 연예계에서도 대중에게 자기 매력을 어느 정도 어필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거울을 보면서 잘나가는 또래 연예인들을 떠올리며 '내가 걔보다 못한게 뭐야, 저기는 내 자리일 수 있었어' 라는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인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겠지만 결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실패하고 그녀의 벗은 몸이 가진 상업적 가치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휘둘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AV배우로 까지 전락해서 맘에 안드는 중년 남자와 은밀한 행위를 공개적으로 촬영하여 세계 만방에 그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차가운 현실에 설움이 복받쳤을 것 같다. 돈을 받고 계약은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계약을 이행해보니 마음속에선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겠지.

 

추측과 망상이 길게 이어졌을 뿐이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느껴졌고 약간 서글퍼졌다. 일본어를 알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으나 상대 남자 배우는 우는 여자를 달래려고 애썼다. 데뷰작 찍으면서 우는 여자는 종종 있고, 경험 많은 남자 배우 입장에서는 흔히 겪는 일일 것이다. 익숙해지면 둔감해 진다. 그의 토닥임은 인간적 연민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고 촬영을 원활히 끝내고자 하는 배테랑의 기술적인 상황 대처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그 행동이 작품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녀가 느낀 아픔을 위로하려는 남자 배우의 배려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내 마음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감정이 투사되었고 그녀를 울게 한 공범이 된 것 같았던 불편한 죄책감에서 다소 다소 벗어날 수 있었다. 편리한 자기 방어 방법이다. 그 남자배우는 그녀가 느꼈을 아픔보다는 소비자의 불편한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을 발휘한 듯 하다. 소비자들이 너무 불편해 하면 애써 찍은 영상이 잘 안팔릴 거다.

미국의 퍼듀 팜이라는 닭고기 업체에서 '행복한 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어줬다는 마케팅 사례가 생각난다. 살아 있을 때 좋은 것 먹이고 잘 뛰어놀 수 있게 길렀다지만, 털을 뽑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목과 발이 잘린 닭의 몸뚱아리가 담긴 비닐에 행복한 닭이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니 생각해 보면 꽤나 기괴한 상품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험난한 데뷰 과정을 마쳤고 더는 울지 않고 씩씩하게 아직 활동 중인 것 같다. 원한 만큼 돈은 벌되 막장 테크에 빠지거나 험한 일 당하지 않고 활동하다 적절한 시기에 박수 받으며 은퇴할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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