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다크 초콜릿은 좋게 표현하자면 아폴론의 월계수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미련과 청승의 상징이다. 얼마 전 우연히 밀크 초콜릿을 얻어 먹었다. 마음속 깊은곳에서, 솔직히 다크보다 밀크가 더 맛있는데 왜 굳이 다크를 좋아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들리는 듯 했다.
얼마전 마트에서 말로만 듣던 99%짜리 초콜릿을 발견했다. 호기심과 과거에 대한 집착이 버무려져서 꽤 비싼 값(50그람에 5000원)을 지불하고 구입했다.
감당하기 힘든 맛이 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아주 조그맣게 한 조각을 잘라내서 입안에 조심스럽게 넣어 보았다. 역시 커피든 초코렛이든 달아야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썼다. 하지만 진한 카카오향을 느낄 수는 있었다.
초콜릿은 연인의 음식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또 다른 기억이 되살아난다. 스무살 때 쯤이었던가? 누군가 내게 재미있는걸 알려주겠다고 말하며 아카시아 잎을 접어서 어금니사이에 끼운 뒤 꽉 깨물어 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쓴 맛이 혀를 감싸고 돌았다. 침을 뱉어내도 씁쓸함은 제법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 사람 말이
"그게 바로 사랑의 맛이란다."
쓴 초콜릿을 맛보고 나니 한참 지난 그 일이 떠오른다.
하지만 곧 그런 초콜릿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쓴 맛만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상당히 매혹적인 카카오 향을 즐길 수 있다. 다행히도 사람의 혀는 뒷부분에서만 쓴 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그맣게 자른 초콜릿 조각을 혀 앞쪽에서만 굴리면서 녹이면 된다. 부드러움과 약간의 느끼함과 고소함, 입안에 풍기는 카카오향을 즐길 수 있다. 즉, 원하지 않는 맛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맛을 감지할 수 있는 부분에 닿는것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
초콜릿을 좋아하는사람들 중 상당수가 카카오 특유의 향기 보다는 설탕과 밀크를 버무린 화이트 초콜릿맛을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밀크초콜릿이 더맛있다는걸 알지만 나는 다크초콜릿을 더 좋아하고 있다.
---------------------------2007.4.12 추가------------------------------
비싸다고 아껴먹은 측면도 있긴 하지만 그 초콜릿을 다 먹는데 무려 2달이나 걸렸다는건 내가 사실 그걸 별로 안좋아할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