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수업시간에 주관적 행복도가 아닌 객관적 행복도를 측정하는 테스트가 있었다.

놀랍게도 주관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는 내가 상당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른지...

선한 본성,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 자기 존중감, 솔직함은 객관적 행복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든것 같다.

모든 것은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마음은 먹는다기 보다는먹어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객관적 테스트 결과만 보고갑작스래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건 아니다. 다만 좀 더 살다보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막연한 희망을 아직 가져볼 수는 있겠다.

책을 보다가 이런 부분이 있었다. 이윤기씨의 따님께서 중2때 쓴 글이라는데, 피는 못속이는건가...

열두 살배기 착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눈에 번쩍 띄게 예쁜것은 아니지만 귀엽습니다. 집안도 그런데로 살림을 꾸려갈 정도는 됩니다. 아버지는 지위가 높지는 않아도 늘 열심히 일을 하는 분입니다. 어머니는 체중이 조금씩 늘어가는걸 걱정하지만, 그래도 건강이 나빠지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지나치게 짜증스러워 하는 빛은 보이지 않습니다. 소녀는 꽤 행복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소녀에게 어느 날 천사가 와서 말합니다.

"착하게 하는 네가 기특하다. 반드시 들어줄 처이니 소원을 한 가지만 말해라. 딱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 내일 밤에 다시 올 테니까 잘 생각했다가 소원이 뭔지 말해다오. 딱 한가지라는걸 잊지 말아라."

소녀는 그러겠다고 대답합니다. 하기야 천사가 소원 한 가지를 이루어준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를 무지하게 예쁘게 만들어달랠까? 공부를 무지하게 잘하게 만들어 달랠까? 입학시험을 없애달랠까...."

그러나 이걸 말하지니 저게 걸리고, 저걸 말하자니 이게 걸립니다.

"아버지가 돈을 아주 많이 벌게 해달랠까? 엄마의 체중이 불어나지 않게 해달랠까? 커다란 집을 한 채 지어달랠까? 좋은 자동차를 한대 달랠끼... 아니, 그러고 보니....."

소녀는 천사에게 말할 소원을 생각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소원을 생각하다보니 넉넉하고 행복하게 여겨지던 자기 주위가 초하라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밤새 고민하던 소녀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맙니다.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약속을 거두어 가세요. 지금이 좋아요. 행복해요. 천사님께 말씀드릴 소원을 생각해보니 제가 막 불행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한가지를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천사님이 이루어지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속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약속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약속을 거두어가세요"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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