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한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마음 먹는 걸로만 안되는 것도 있다.
05년 3월경에 처음으로 고시원에서 살게 되었다. 1.5평이 채 되지 못한 무척 좁은 방이고 소리를 내서도 안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답답하게 느꼈다.
첫날 잠자리에 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 어차피 말할 상대도 없는데 소리를 낸다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불 끄고 눈 감은 상태라면 방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없어서 큰 방이나 작은 방이나 내 몸 하나 뉘이기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그런데 좁아서 大자로 팔을 벌리고 누울 수가 없었다.
"어차피 대자로 눕는건 평소에도 거의 안하던 동작인데 여기까지 와서 굳이 고집할 필요 없다. 대신 다리를 길게 쭉 뻗어보자. 방이 좁지만 발을 쭉 뻗기엔 충분한 공간이고 눈을 감으면 대궐 같은 집이나 여기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발이 벽에 닿았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발을 뻗었는데 벽에 발이 닿는다면 마음을 어떻게 먹든간에 벽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떤 일로 인해 괴로움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칼에 베여서 피가 뚝뚝 흐르는데도 고통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출혈이 심하면 쇼크사하기 때문에 쓸데 없는 충고보다는 지혈을 해 주는게 낫다. 로블로우를 당하고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 사람한테 고통을 극복하는 것도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한다면 원망만 들을 뿐이다.
마음먹는다는 건 그럴듯한 말이긴 하지만 극단적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원효대사는 해골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서 다행히 별 탈 없어서 깨달음을 얻었다. 운 나쁘게 해골물이 정말 심하게 더러웠다면 설사를 하다가 탈수로 죽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