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샴푸

낙서 2008. 4. 8. 02:03

2001년 무렵휴대하기 좋게 30cc짜리 물약병에 샴푸를 가지고 다닌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도브 샴푸의 향기가 마음에 들었다. 늘 가지고 다니다가 손씻을때나 세수할때 비누 대신 쓰곤 했었다. 비누를 쓸때보다 미끌거리기는 했지만 단지 그 향이 좋았다.

오늘 화장실에서 그 병을 보게 되었다. 벌써 6, 7년전 일이 되어서 바닥에 약간 남아있었던 샴푸는 굳어버렸고,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던 그 향기는 다 날아가 버리고 석유화학제품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만 남았다. 좋은 향기는 없어졌지만 물에 개어보니 거품도 잘 나고 머리를 감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 세피아 톤으로 변하는 흑백사진처럼 보기 좋게윤색될 수도 있다.반면에감각을 미혹시키는 향기가 약해져서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본질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도있다.

따라서 현재의 사건이 미래 시점에 어떻게평가될지에 대해서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글의 통일성과 분위기를 망치는 사족을 달아본다.

어떤 쟁점에 대해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식의 말은, 본질만 남고 향기는 날아갈 만큼 시간을 두고 나서 따지자는 말일까 아니면 지금은 피곤하니 나중에 나없을때 너희들끼리 따지라는 뜻일까?

Posted by 누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