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쯤 읽은 책에서에피크로스의 말을기억해본다.
노인이 되면 행복하다.
젊은 시절의행복했던 추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윤색되었고,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하나씩 오래된 음반이나 사진첩을 꺼내 음미하듯이(내가 만든 비유) 과거를회상하는 즐거움을 끊임없이 누릴 수 있다.
그 글을 읽었던 당시에는 참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그때와 비교한다면 삶에 대한 관점에 대해 변화가 있었고, 삶의 경험 역시조금은 늘었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서 즐겁지 않은 측면이 오히려 크다. 아직은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것 같은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에 육체적인 노화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7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다.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않았던 일이 많았다. 사람의심리는 나쁜 기억을 쉽게 망각하여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하던데 꼭 그런것만 같지는 않다. 가끔 예고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오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소름처럼 좋지 않은 기억들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나의 머릿속을 흔들어 버리고 떠나가 버린다.
가장 나쁜건적절치 못했던 내행동에관한 기억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변함이 없는데 그 순간에 난 왜 하필 그런 행동을 했을까. 지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다르게 행동하라는 보장이 있을까? 막상 닥쳐보면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면 좀 더 잘 할수 있을것 같은데...
나쁜 기억 때문에 겪는 고통과 후회는 다른 측면에서 한가지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때 그 사람들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일을 저질렀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금이라도후회를 하지 않을까라고 떠올려본다.
그래봐야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지만 나의 심리는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