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이도저가 검색어 순위 1위였던 적이 있었다. 궁금한건 못참아서 어렵지 않게 3.5기가짜리 파일을 구했다. 각종 뉴스상에서몸에 나쁠 수 있다는 경고를 볼 수 있었고, 한번 해보려면 2,30분 정도 시간이소요되기때문에 직접 체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자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연관검색어로 루시드 드림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다.
루시드드림이 연관검색어가 된 이유는 아이도저 중에서 그나마 효과가 있는게 루시드 드림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루시드드림이란 자각몽이다.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자신이 꿈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것, 가고 싶은곳 만나고 싶은 사람 모든것이 자기 마음대로 된다고 한다.
좀 더 검색을 해보니 가입자가 5만명에 육박하는 루시드드림 카페까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꿈에서의 즐거움이 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난 꿈에 관심이 많았지만 너무 현실도피적인건 아닐까는 걱정도 들었었다. 그러나가입자 수가 제법 많다는 것을 보고는 좋은 꿈을 바라는 것이유별나고 변태적인현실도피 수단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마음이 편해졌다.
좀 더 찾아보니 스티븐 라버지라는 사람이 평생동안 루시드드림을 연구했고 그 번역본이 2008년 2월에 출간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기억해 보자면 공교롭게도 2월 당시내가 한창 좋은 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며칠전 점심먹고 소화도 시킬 겸도서관에 가서 대출을 했다. 19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고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 50페이지 정도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나와있던데 핵심은 꿈일기이다. 책에서 꿈일기는 내가 처음 시도했었던 것 보다 훨씬 정교하게, 부지런하게 써야 하는 작업이다.
지난 1년간 3,4회정도의 루시드드림을 경험했었다. 그러나 루시드드림은 그냥 좋은 꿈에 비해서 쾌락의 정도가 많이 떨어진다. 완전히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엎드려 절받기 보다는 그냥 절을 받는게 훨씬 흐뭇한 일이다. 루시드드림은 즐거움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한 생각을 얼마전 적어봤던 기억이 났다.
꿈에서 가장 즐거운상황은 그리고 그것이 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즐거움을 겪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꿈 꾸기를 원하는 사람들 보다, 꿈을 조작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 짐작하건대 꿈을 기억하고, 꿈을 조작하는 것은 딜드 와일드 꿈일기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 유도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꿈의 내용을 유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라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루시드드림이 가장 좋은 꿈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긴 하지만 실현가능한차선책으로루시드 드림을 쫒는 것 아닐지...
좀 더 정리가 필요한데 일단은 여기까지..
-------------2009년 3월 5일-------------
오늘까지 3일 연속으로 자각몽을 꿨다. 아이도저의 힘을빌린 건 아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로 해보니 성공한 것 같다.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왜냐하면 자각이 딜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악몽 중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알아 차린것 이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현재 내가 꿈을 꾸고 있는지 체크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여 꿈속에서의 이상한 현상을 보고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알아차리는 기법이 딜드이다. 그 딜드가 잘 되지 않는다. 내 온몸에 문신이 그려져 있어도,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있고 선생님이 지하철공사 계약팀에서 근무하던 아저씨더라도, 내가 청부살인업자가 되는 등 제 정신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상황도 꿈 속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위기의 순간이 오면 눈을 질끈 감다가 그것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 차리게 된다. 그리고 나면 사방은 백지처럼 하얗게 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배회하다가꿈은 끝난다. 내가 뭔가를 요청해도 그 장면은 흰 배경을 스크린 삼아 잠깐씩 나타나다가 사라져 버린다.
자각몽이 주는 기쁨의 정도가 그냥 좋은 꿈보다 질이 떨어진다는것을 스스로 의식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온 듯 하다. 살인청부업자나 온몸에 문신이 있는 인물로 설정이 되어있으면서도 좋은 꿈으로 발전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설정 때문에 꿈 속에서 항상 위기를 맞게 된다. 한마디로 악몽이다. 사건이나 성격보다는 기본적인 설정이 중요한 듯 하다.
-----------3월 18일-----------------------
그동안 이런 저런 꿈들을 꿨다. 가장 블록버스터스러웠던 꿈은 핵폭발 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미국이 서울 상공에서 요격했는데 폭파 반경내에 서울시 일대가 걸리는 바람에 방공호로 대피를 하러 가다가 꿈이 깨났었다.
오늘은 서울 상공에서의 핵폭발이나 인류의 멸망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나름 기억에 남는 자각몽을 꿨다.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의 자각몽이고 굳이 따져본다면 와일드다.
무슨일인지 잠이 안와서 새벽 4시까지 뒤척거렸다. 그러다가 몸에서 박동이 크게 느껴지고 높은곳에서 낙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가위 눌리기 전에 오는 전형적인증상이었다. 루시드드림을 알지 못했을때 였다면 본격적으로 가위가 오기 전에 몸을 움직여서 그 상태를 풀었겠지만 그 증상이 와일드의 초입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였다. 곧 몸의 마비증상이 왔는데 그때 스스로 이렇게 주장했다.
"이건 꿈이다.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그리고 나서 온 몸이 자유로워 지면서 자연스럽게 배경이 바뀌었다. 가볍게 점프를 했는데 최소 50미터 이상 몸이 솟아 올랐다. 전과는 달리 세상이 백지상태로 변하지 않았고 등장 인물들도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정말 많은 장소에서 뛰어 놀 수 있었다. 스포츠 경기장 관객석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