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내기

낙서 2009. 5. 3. 16:47
언제부턴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TV 사극 대사에서나 나옴직한 말을 내면화 하게 되었다. 때때로 쓸모가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다.

안경 다리 나사 하나가 자꾸 풀어져서 불편했다. 그 안경을 쓸 때면 항상 신경이 쓰였다. 고쳐 보려고 매니큐어도 발라보고 나름 최선을 다 했지만 고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우연히 그 안경을 잃어버렸다.

내 시력에 맞추어서 생산된 안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안경 다리 나사 때문에 신경을 쓰거나 고민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곧 새 안경을 구입했고 그 안경다리 나사가 주는 근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내부 접촉이 불안한 이어폰, 베터리 수명이 부쩍 줄어든 전기면도기, 노즐이 자주 막히는 프린터 등등 응용범위는 넓다.

한걸음 나아가 우연히 같은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한 이유만으로친해진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물건 버리는 것보다는 어렵지만문제를 일으키는 인간들 역시물건 버리듯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같은 장소 같은시간에 존재했기 때문에 친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을만큼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사람은 자기의신체를지키는것 만큼 지켜내야 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처자는 의복과 같지만 형제는 수족과 같다는 말로의형제들을 감동시켰던부분이 그런 뜻이다.

팔이 아프다고 팔을 자르지는 않는다. 위장이 안좋다고 무작정 잘라낼 수는 없다. 잘라낼 수 있는 경우는 전체의 생존이 위해 불가피 한 경우다. 동상이걸려손끝부터 썩어들어가는손이나 암이 완전히 퍼진 장기는 잘라내야 한다. 빨리 잘라내지 않으면잘라내야 할 부위가 점점 커지고 끝까지 자르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되기때문이다.잘라낸 후에는 심각한 후유증이 평생 따라다니게 되기 때문에, 안 잘라도안 죽는다면자르지않고 치료를 계속 하는게 좋은 방법이다.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 너무 많은 것을버리고 있는것 아닌가는 내면의 경고가 들려와서 써 보았다.

Posted by 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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