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떨어지고 나니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망가짐에는 확실히한계가 존재한다.
엔트로피가 높아져서 에너지의 흐름이더 이상 없는 상태가 된다면 무질서도는 더 이상 증가할 수 없다.
동네에 거지 한 사람이 가끔 눈에 띈다. 지난 겨울에 밖에서 덜덜 떨고 있던 모습을 봤다.
거지와 행인을 구별짓는건 몸과 의복의 청결도이다. 더러움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사람 대접을 받기 어렵다.
그 당시에 느꼈던 것은,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떨지 않아도 되는데 행색이너무 더럽기 때문에실내로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건물 관리자가 그런 사람이 건물 안에 들어오려 하면 막아서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상가 건물 입주자 입장에서는 건물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상가의 유동 인구이고잠정적 고객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다. 그러나고객이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거지가 들어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실내에 악취를 남기고 시각적으로도 혐오스러워서 해로움만 끼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그 거지를 다시 길에서 봤다. 7개월이지난 시점에서 그를 다시 봤는데 겨울에 봤을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중간에 목욕과 빨래를 했었는지 그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더러운 행색이 겨울에 봤던 딱 그 수준이다. 6개월이면 머리도 제법 길어졌어야 하는데 그 때와 머리 길이도 비슷하다. 하지만 중간에 이발을 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이발 후 7달동안 기른 머리 치고는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정황을 생각해 봤을 때 그 사람은 그 동안 전혀 씻지 않은 채 살고 있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7달 동안이나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 입지 않았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더럽움의 정도는 똑같다. 그는 이미 예전에 더 이상 더러워 질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평형 상태에 있는 듯 했다.
바닥에 떨어졌을때는 선택에 놓인다. 더 이상은 나빠질 수 없으니 그 상태로드러눕는 편한 방법과,평형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끊임없이 투하하는 방법 중한 쪽을 결정해야 한다. 절망감이 큰 상태에서 전자를 고르기 쉽지만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결국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