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누미 2022. 6. 16. 18:47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문가들과 재테크 유튜버들이 하나 같이 맥쿼리인프라를 추천하고 있다. 증권사 PB에게 물어봐도 좋다는 사람들뿐이다. 위험하다거나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염려하는 문제점이 사실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나의 걱정이 기우일 뿐이라면 내가 아는 한에서는 해외 주식 중에서도 맥쿼리인프라 만큼 좋은 종목은 없다. 아마도 세계 최고의 투자 자산이라고 말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맥쿼리인프라의 사업에 심각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 이런 결론을 내린 건 2021년 1월경이었다.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시점에 굳이 글로 남기는 이유는 지금까지 어떤 곳에서도 나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내 입장은 확실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견해와는 다르고,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것"으로 분류했다. "나중에 보니 이상한 것"으로 이동하게 될 수도 있다.

 

맥쿼리인프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9년 3월 쯤이었다. 그런 종목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주식답지 않게 별 다른 꺾임 없이 우상향 하는 차트가 인상적이었고, 지속적으로 상당히 큰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었다는 점도 굉장하다고 느꼈다.

맥쿼리의 민자사업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언론들의 고발성 기사는 종종 접했으나 그 사업이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어 내가 투자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었다. 이런 좋은 종목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과거의 무지가 한탄스러웠다.

 

그러나 매수를 하지는 못했다. 그 때 당시에 갑작스럽게 주가가 튀었던 상황이라서 기술적인 하락이 있을 때 주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놓쳤다. 기질적으로 모멘텀 투자나 불타기는 원래 하지 못한다.

이후 코로나 하락장이 있었고 싸게 주울 기회가 있었으나 기대보다 가격의 꺾임이 컸던 것을 보고서 이 종목도 무적은 아닌가 보다라는 실망감이 약간 생겨서 매수를 주저하게 되었고 매수 기회를 놓쳤다.

 

그러다가 2020년 12월 쯤 유상증자를 하길래 청약을 해봤다.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대략 10주 정도밖에 못 받았는데 신주가 상장될 때쯤인 2021년 초에 주가가 청약 가격보다 제법 내려서 추가로 매수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완전한 바닥에서 잘 주운 셈이었다.

싸게 주운 것 까지는 좋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니 내가 처음 맥쿼리인프라를 알게 되었던 2019년은 인컴 자산이 각광을 받던 시대라서 롯데리츠를 비롯한 여러 리츠들이 상장했고 상장일에는 상한가를 치곤 했다. 당시 맥쿼리인프라의 급상승했던 주가는 2019년 인컴 자산의 약진에 의한 것일 뿐, 지금은(2021년1월) 성장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맥쿼리인프라는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섹터로 남지 않을까라는 망상에 빠지게 되었다. 삐딱한 마음이 생기니까 찜찜한 구석이 생겼다. 내가 청약했던 맥쿼리인프라의 유상증자는 부산항신항만 제2배후도로의 차입금 상환 이외에도 새로운 자산인 동북선도시철도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이었다. 새로운 자산을 얻기 위해 증자를 한다면 기존의 자산을 잃을 때는 감자를 하나라는 의문이 생겼다. 

 

맥쿼리인프라가 운영하는 사업 중에는 아직 정부에 반환된 것이 없다. 홈페이지를 보면 2025년에 백양산터널이 처음으로 사업 종료된다. 홈페이지 FAQ 11번 항목에서 사업 종료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질문 사항(FAQs) (mkif.com) (링크)

 

답변 내용은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 내가 궁금해하는 점에 대한 문의 메일을 보냈고 며칠 후 답장을 받았다. 남의 편지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이곳에 별다른 공익적 목적도 없이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2021년 1월 당시 내가 보낸 메일만 옮겨본다.

 

이번 신주 공모때 맥쿼리인프라에 처음 투자하게 되었고 배정받은 수량이 만족스럽지 않아 추가매수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는 맥쿼리인프라는 노후대비용으로 상당히 좋은 투자처로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 노후대비가 될까에 대한 약간의 우려가 생겨서 문의를 드려 봅니다. 궁금한 점을 말로 조목조목 풀어내는데 한계가 있어 전화문의 대신 메일로 문의드립니다.

FAQ 11번 항목에 따르면 맥쿼리인프라는 현재 13개 사업에 투자중이고 사업 운영권이 종료되는 경우 청산절차가 있습니다. 현재 맥쿼리인프라가 운영중인 사업 중에서 백양터널은 2025년 수정산터널은 2027년에 기한이 만료됩니다. FAQ에 따르면 2025년과 2027년에 각각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의 자본금과 잉여현금을 지급받게 될 것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사업운영권이 소멸된 상황에서 받게 될 자본금이 주가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가 궁금해하는 점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 단순화시켜보겠습니다.
맥쿼리인프라의 주가는 1만원이고 이는 운영중인 사업들의 실제 가치와 일치한다고 가정합니다. 맥쿼리인프라가 운영하는 사업이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단 두개이고 각각의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고 가정하기로 합니다. 두 사업의 가치가 같기 때문에 주가인 1만원 중에서 백양터널이 차지하는 부분은 5천원이고 수정산터널 부분은 1만-5천 = 5천원 입니다.

2025년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백양터널의 사업권은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맥쿼리인프라의 가치는 수정산터널의 사업권 가치인 주당 5천원과 백양터널의 잔존가치인 자본금과 잉여현금의 합이 될 것입니다. 백양터널의 잔존가치는 사업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종전 5천원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잘못 이해한거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예컨대 잔존가치가 1000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FAQ11에 의하면 2025년에 맥쿼리인프라 주주는 주당 1,000원을 분배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맥쿼리인프라가 보유한 사업의 실제가치는 주가인 주당 10,000원이 아니라 주당 5,000원이 됩니다. 주가가 실제가치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10,000원으로 유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규모가 절반으로 줄었고 분배금을 지급할 여력도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분배금을 종전대로 유지하려면 순이익을 초과해서 분배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본이 잠식될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업규모가 줄어든만큼 분배금도 줄어드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분배금이 줄면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던 투자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이 줄어들게 되면 주가는 하락하여 결국 실제가치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만든 단순화된 예시에서 저는 원본이 잠식되든 주가가 하락하든 기존 주주는 백양터널 사업종료로 2025년에는 주당 4천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7년이 되어 수정산터널도 사업이 종료되어 백양터널과 마찬가지로 자본금과 잉여현금 1000원이 남고 청산한다면 2024년에 1만원을 주고 매수한 주주는 8천원 손실이 확정되는 것인지.

너무 많은 가정을 하며 질의를 했습니다. 실제 발생하게 될 일과 틀린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사업 기한 만료 이후 잔존한 청산금이 제가 가정한 1,000원이 아니라 주가를 반영하는 5,000원에 가까운 액수라라면 사업기간이 만료되어도 투자자가 겪는 손실은 사실상 거의 없지요.

제가 궁금해하는 핵심은 특정 사업의 기간이 만료된 후 사업권 상실로 인하여 맥쿼리인프라의 가치가 하락되는지 여부와 그 사업의 청산 과정에서 주주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손실을 감당하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며칠 만에 받은 답장은 비교적 상세한 편이고 매우 친절했지만 내가 문의 메일에서 걱정한 바에 대해 안도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바닥에 샀기 때문에 며칠간 약간 수익이 생겼고 나는 걱정이 해소되지 못한 점에 대해 실망하며 소장용으로 1주만 남기고 매도해버렸다. 매도는 했는데 주가는 무섭게 올랐다. 심지어 2021년 하반기 이후 엄청난 하락에 시달리는 다른 종목들과는 달리 주가 방어도 엄청나다. 괜히 팔았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은 2025년부터인데 2021년 연초부터 쫓기듯 서두를 필요는 없었던 셈이다.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①그게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거나

②나만 알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면

내가 굳이 서둘러 행동을 취해서 이익을 미리 포기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만한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염려는 맥쿼리인프라가 앞으로도 민자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맥쿼리인프라의 민자 사업들 중 상당수가 2030년대 중후반쯤에 종료되는데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규모의 새로운 민자 사업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천리나 대성에너지 등 기존 업체들의 주가나 배당이 신통찮은 도시가스 사업까지 진출한 상황을 보면 영양가 있는 새로운 사업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기도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염려는 맥쿼리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수익성 좋은 민자사업을 확보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내 걱정거리는 맥쿼리인프라가 앞으로도 수익성 좋은 민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더라도 해소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맥쿼리인프라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가 없다.

 

 

 

이후에 추가적인 내용을 더 쓰게 되었다.

https://b-613.tistory.com/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