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최소한의 도덕?
법은 도덕률의 최소한이란 말이 있다. 이는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지는 못해도 최소한 법이라도 지켜라" 또는 "어떤 행위가 합법적이라고 평가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이 문장을 기계적으로 해석한다면 모든 법은 도덕의 범주 내에 있다. 모든 위법행위는 최소한의 도덕도 지키지 않은 악행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도덕적이지 않고 필요악에 가까운 법도 있고 윤리적 가치와는 관계가 없는 법률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민법상 공작물 책임 같이 소유자에게 아무 귀책이 없어도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긴다. 따라서 이 문장은 "선하게는 못 살더라도 있는 법이라도 지켜라" 라는 윤리적인 의미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은 도덕률의 최소한이라는 말로 법의 속성과 도덕성을 무리하게 엮어서 법을 어긴 사람을 악당으로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그 말을 입법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람들마다 도덕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라서 각자 주관적으로는 도덕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권리의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가장 기초적인 최소한의 도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한 법은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에 그러한 최소한의 도덕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 역시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부족하므로 자제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재판의 결과에 수긍하기 위해서 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론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법을 도덕률의 최소한이라고 본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교집합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가능한 많은 사람의 교집합이기 때문에 그 범위는 상당히 좁아질 것이고 그래서 바로 도덕률의 최소한이라는 입법 원칙이 필요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