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인정해주기` 비즈니스 모델

누미 2009. 5. 16. 16:12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자전거는 혼자 재밌게 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취미다. 하지만 하트코스를 2시간 20분 만에 완주한다든지, 남산을 6분 이내에 올라간다면 커뮤니티에 자랑을 해 볼 수도 있고, 그에 대해 '대단하십니다' 식의 덧글을 본다면 혼자 만족하는 것 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슨 예전 에피소드 중에 교사들이 단체 파업을 한 적이 있었다. 교사가 파업을 하니까 모범생인 리사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지 못하고,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지 못해서 칭찬 금단 증상을 겪게 된다.

초조한 표정을 하면서 집안을 거닐다가 손에 든 종이를 엄마에게 내 보이며

"Evaluate me! Evaluate me!"라고 조른다. 마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종이에 큰 글씨로 A를 써 주었고 리사는 안도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모는 원고료를 받아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프로 시인이다. 그들의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등단도 했고, 동인도 있고,자비를 털어 책도 출판했다. 얼마 전 어떤 단체로부터 문학상을 받는 것을 제의 받았다고 한다. 주관 단체로부터 상금을 받는 상이 아니라 그 단체에 기부금을 내야 하는 이상한 상이다. 비록 이모는 수상을 거절했지만 그런 단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제로 그런 제의를 받으면 기부금을 내고 상을 받는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정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돈 받고 인정해 주기"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모에게 기부금을 요구한 단체는 언뜻 보면 비윤리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 본다면고객이 필요로 하는 '존중'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런 것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의 순간적인 거부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약간 문제가 있는 사업이기는 하다.

또 다른 예로는 별로 관계는 없어 보이지만 동호인을 중심으로 한 마라톤 행사이다.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가비로 3만원정도 낸다고 한다. 참가하고 제공받는 물건과 서비스는 단체로 달릴 수 있는 길, 참가 티셔츠, 참가 도중 마실 물과 간식, 사고를 대비하여 따라다니는 의료진, 기념품, 가장 중요한 '완주 인증서'다.

마음만 먹으면 참가 신청 안해도 그 인파에 섞여서 달려도 되고, 혼자 편한 시간 편한 장소를 골라서 42.195킬로미터를 달려도 되는데, 굳이 돈을 내고 그 날 그 자리에서 달리기를 한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게 하는 힘은 바로'완주 인증서'이다. 사업 모델 자체로서는 아직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고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전형적인 '돈 받고 인정해주기' 사업 모델이다.

그 모델로 어떻게 큰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세우는 것은 지금 당장 내가 꼭 생각해 내야 할 일은 아니라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