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우클릭은 실행 능력이 없다.

누미 2024. 7. 30. 17:17

정치적인 글을 쓰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이 글로 붙들어본다.

 

 

 

 

언론이 정치 성향에 대해 좌파 선호는 ‘좌클릭’, 우파 선호는 ‘우클릭’으로 표현하는 행태가 논리적이지 않아 보여서 볼 때마다 거슬렸다. 좌회전과 우회전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고 수평적 관계라 적절한 비유일 수 있다. 그러나 클릭은 방향성이 없고 기능의 차이므로 적절한 비유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우클릭은 좌클릭의 보조적 역할에 불과하다. 좌클릭은 어떤 대상을 지정하거나 실행할 때 사용되고, 우클릭은 여러 가지 옵션을 제시할 때 사용된다. 게임을 하더라도 발사는 좌클릭이고 무기선택이나 조준은 우클릭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현실 정치와는 오히려 반대다. 대체로 우파는 실행을 했고, 좌파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래서 우파는 실행력이 있으나 다소 딱딱하고 과격해 보일 수 있고, 좌파는 섬세하고 다양성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이것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인공지능에 교차검증을 해봤는데 정치 성향에 대해 좌클릭, 우클릭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쓰이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 좌클릭, 우클릭은 오히려 적절한 표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1세기 이후 한국의 정치는 좌파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여 실행하고, 우파는 그것에 대안을 제시하거나 반대하는 식으로 이어져왔다. 예를 들어, 좌파가 "우리는 100만 원을 지급하겠습니다"라고 공약하면, 우파는 "100만 원은 국가 재정에 무리가 크니, 우리는 50만 원을 지급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한국의 우파 세력이 시대정신에 합당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파는 계속 우클릭만 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한국 기자들이 즐겨 쓰는 좌클릭, 우클릭이라는 표현은 일견 어색해 보였으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오히려 매우 적절한 비유다. 우클릭은 실행 능력이 없다. 우클릭은 좌클릭의 보조기능을 할 뿐이므로 야당에나 어울린다. 한국의 우파 정치세력이 야당 역할에 만족한다면 계속 우클릭을 하는 것이 좋다.